"얘들아, 우리 '오빠'가 웹드라마 주인공이래"

지난 9일 오후 서울 코엑스(COEX) 메가박스에서 열린 '디렉터스TV' 웹 무비 시사회. 300석 남짓한 상영관이 모델들로 붐볐다. '디렉터스TV'는 YG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모델 에이전시 'YG케이플러스'가 만든 웹 콘텐츠 제작사다. 편당 15분 남짓한 단편영화 4편의 주·조연은 손호준·강승현·주우재 등 YG 소속 배우들이었다. 윤무철 YG케이플러스 미디어사업팀 본부장은 "소속 모델만 150명에 달해 이 전력(戰力)을 웹 무비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대형 기획사발(發) 웹 콘텐츠 제작 열풍이 불고 있다. 연예인을 육성하던 기획사가 '육성 연예인을 이용한 콘텐츠 제작'까지 활동 폭을 넓힌 것이다. 방송·영화 등 기존 플랫폼만으론 부지기수 늘어나는 연예인을 전부 소화하기 어려운 데다, 손쉽게 제작하는 웹 콘텐츠로 광고·PPL 등 부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일거양득(一擧兩得)인 셈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SM C&C', JYP의 'JYP픽쳐스'에 이어 YG엔터테인먼트가 '디렉터스TV'를 차리면서 3대 기획사 모두 웹 콘텐츠 제작사를 거느리게 됐다. 장르 역시 '웹 드라마' '웹 예능' '웹 무비'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웹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팬심(心)'에 기댄다. 주 시청 층은 아이돌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10대 청소년. 이 콘텐츠들은 '아이돌 주연, 순정만화 서사' 공식을 따른다. 460만명이 시청한 웹 드라마 '세가지색 판타지―우주의 별이'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별이(지우)가 저승사자로 환생해 좋아하던 가수 우주(수호)를 만나 사랑한다는 내용. 65만명이 시청한 '109 별일 다 있네'는 미래에서 온 훈남 로봇(최태준)이 여대생 신기원(정채연)을 주인님으로 모신다는 내용이다. 엑소·아이오아이 등 아이돌이 출연했고, 판타지가 가미된 순정만화 로맨스 코드를 삽입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방영된 웹 드라마는 총 197편. 이 중 누적 조회수 상위 5편 중 4편에 아이돌 멤버가 출연했다. 동명(同名) 웹툰을 웹 드라마화한 '마음의 소리'(배우 이광수 주연·조회수 4033만건)를 제외하면, '긍정이 체질'(2122만건)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2105만건) '초코뱅크'(1209만건) 등 다른 작품은 디오·카이·수호 등 엑소 멤버가 주연을 맡았다. 웹 콘텐츠가 사실상 '아이돌 콘텐츠'라는 뜻이다.

느슨한 심의 규정은 문제로 꼽힌다. 웹 콘텐츠는 제작자와 서비스 제공자가 등급을 합의해 결정하는 '자율 규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지난 2일 네이버에서 선공개된 '우주의 별이' 12화는 몇몇 선정적 대사가 여과 없이 방송돼 논란이 일자, 담당 PD가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