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블랙박스] 한달새 3건… 누가 전동차에 낙서했나

지난달 11일 오후 9시쯤 신원 미상의 한 남성이 담을 넘어 경기 의정부시 지하철 7호선 도봉차량기지에 침입했다. 그는 준비해온 스프레이 페인트로 전동차 외벽에 'UFOS' 등의 알파벳 그림〈사진〉을 그리다 순찰을 하던 직원이 나타나자 도망쳤다.

5일 뒤인 지난달 16일 밤에는 서울 구로구의 지하철 1호선 구로차량기지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누군가 기지에 서 있던 열차 한 량에 흰색과 붉은색 페인트로 가로 2m, 세로 1m 크기의 그라피티(graffiti·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리는 그림이나 낙서)를 남기고 사라진 것이다. 다음 날에는 경기 오산시 서동탄차량기지에 서 있던 열차 두 량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형 그라피티가 발견됐다.

한 달 새 지하철 차량기지에 세워진 전동차에서 세 건의 그라피티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경찰과 해당 업체 보안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범인들이 요령 있게 CCTV 카메라를 피한 탓에 신고 접수 한 달이 다 되도록 수사에 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서동탄차량기지 관계자는 "CCTV 영상에 용의자 모습이 전혀 찍혀 있지 않았다"며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조성할 수 있어 서울메트로가 그라피티를 지운 뒤 열차를 운행에 투입했다"고 했다. 경찰은 도봉차량기지에서 발견된 그라피티와 나머지 그라피티의 '태그(서명)'가 다른 점으로 미뤄 동일범의 소행은 아닌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그라피티는 196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거리 예술로 시작됐다. 해외에서는 1990년대 이후 단순한 낙서 수준을 넘어 미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정해진 장소에 한해 그라피티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주요 현대 미술관에서도 관련 전시를 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라피티가 여전히 공동건조물침입·공동재물손괴 혐의로 처벌되는 범죄행위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