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예술, 자연… | 소설가 이청해] “산에서 도전했던 시간이야말로 아름다운 시절이지요”

그녀의 손은 컸다. 섬세한 글을 써내려가는 여류소설가의 가녀린 손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금은 놀랐다. 중견 소설가 이청해(69) 작가의 손 절반은 북한산과 도봉산의 산과 바위가 만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이청해 작가는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1년 <세계의 문학>에 단편 ‘빗소리’가 실리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단편집 <빗소리>, <숭어> 등과 <체리 블라썸>, <아비뇽의 여자들> 등 장편소설을 냈으며, 최근 그녀의 소설 ‘신용보증기금에서 온 사내’ 등이 라디오 문학관 등에 방영되며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암벽등반에도 취미가 있어 <월간山> 2011년 9월호부터 2013년 11월까지 그녀의 등반 이야기를 담백하게 쓴 암벽에세이 ‘아름다운 시절’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녀는 대한민국이 건국되던 1948년에 태어나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남은 후 소설가가 되었고, 예순이 넘어 암벽등반을 시작했다. 육체를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바위를 오르고 또 오르면서 그녀의 세상은 넓어졌다. 그 큰 세상을 거머쥐기 위해 조금 더 큰 손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을까.

Q 원래 운동을 좋아하셨나요?

A “전혀요. 오히려 저는 타고난 약골이었어요. 저는 칠삭둥이로 태어났어요. 모두들 제가 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대요. 죽을 것처럼 까무룩 넘어갔다가도 부스스 깨어나면서 명줄을 이었어요. 당연히 또래보다 성장이 느렸죠. 늘 비실비실했어요. 아버지는 그때의 저를 보고 ‘물 위에 뜬 거품 같았다’고 하셨어요. 언제 꺼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생명이었다는 뜻이었죠.”

어린 청해는 7세에 학교에 들어갔다. 호적이 잘못되어 또래보다 한 살 어렸거니와 체구가 작아서 늘 동생 취급을 받았다. 선생님들은 그녀가 3, 4학년 때까지도 아기 다루듯 안고 다녔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학교라는 개념도 잘 깨닫지 못한 아이였다.

Q 그럼 ‘문제아’였나요?

A. “그런 건 아니었어요. 사고를 치지는 않았거든요. 오히려 눈에 거의 띄지 않는 아이였죠. 그저 모든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1학년 때 다른 아이들은 자기 이름을 척척 쓰는데 저는  쓸 줄 몰랐죠.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책가방을 두고 산 하나를 넘어 그냥 집으로 갔어요. 어머니가 군용담요로 만들어 주신 멜빵바지를 혼자 내릴 수 없었거든요. 다른 친구들이 집중하며 공부할 때도 저는 멀거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 것이 좋았고 혼자 무엇을 멍하니 바라보는 걸 좋아했어요.”

이렇듯 어린 청해는 겉으로는 좀 멍한 아이였고, 안으로는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몽상에 젖어 살았다. 어쩌면 그런 그녀의 성격이 지금의 소설가 이청해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Q 문학적 감성이 뛰어난 아이였네요.

A “그런 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중학생 때 작문숙제를 제출하면 다른 친구들 것은 다시 나누어 주었는데 제 것은 바로 돌려주지 않고 꼭 선생님이 읽어 주셨어요. 친구들도 ‘너 나중에 유명한 소설가 돼서 나 모르는 척하면 안 돼’라고 말했죠. 그러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아, 나는 나중에 소설가가 되어야 하나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녀는 서울대학교와 서울대 사범대를 다니던 오빠, 언니를 따라 서울로 올라온 후 무학여고에 진학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집안 사정으로 보아 2년제 교육대학에 가서 교사를 하거나 고등학교만 나와서 전화국 같은 데 취직하는 게 맞았으나 본고사를 잘 본 덕분에 이화여대 국문과로 가게 되었단다.

Q 소설가로서의 첫발을 떼신 거네요.

A “2학년 말인가 3학년 초에 등단했어요. 그런데 연결해서 활동하지 않아서 정식으로 치진 않아요. 졸업 후에는 <여원>이라는 잡지사에 기자로 들어갔는데 당시 경쟁률이 500대1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그때까지 학교나 직장 들어가는 운은 기가 막혔던 것 같아요. 그런데 4년 동안 죽어라 일만 하고 그만 두었어요. 하루에 원고지 60매씩 썼던 거 같아요. 밤에 집에 오면 천장에 글씨가 둥둥 떠다녔죠. 그리곤 26세에 결혼해서 대구로 내려갔죠. 거기서 한 공업고등학교 교사로 들어갔어요. 소설을 쓰지 않은 건 기자 생활 중 작가들을 많이 만나면서 실망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물론 대부분은 훌륭한 작가들이었지만 몇몇은 ‘나는 저런 거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Q 학생들 가르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A “아휴, 말도 마세요. 처음에 전기과 1반 담임을 맡았는데, 솔직히 공부에 뜻이 있는 학생들은 아니어서 늘 젊은 여자 선생님 골탕 먹일 궁리들만 하고 있었죠. 제가 서울말을 하면 전체 학생들이 그걸 그대로 따라 하고 장난 많이 쳤죠. 하도 제가 골탕을 많이 먹으니까 나중에는 남자 선생님들이 ‘몽둥이를 물에 불려서 엉덩이를 제대로 때려라’, ‘원산폭격을 시켜라’ 등등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Q 근데 성격상 그렇게 못 하셨을 것 같아요.

A “그렇죠. 제가 학생들의 손바닥을 때리면 몽둥이가 내려가서 올라오지를 않아요. 그 큰 손으로 몽둥이를 잡고 안 놔주는 거죠. 물론 장난이긴 했지만 때려서 말을 들을 거 같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 반에 소위 ‘짱’이라는 학생을 포섭하기로 했죠. 사춘기의 남학생들은 그런 게 있잖아요. ‘나는 젊은 여선생이랑 조금 더 친한 사이다’ 뭐 이런 우쭐함 같은 거요. 그러니 저에게 협조적인 거예요. 그 이후로 그 ‘짱’ 학생이 ‘야, 니들 다 조용히 해!’ 한마디 하면 교실이 조용해졌죠.

한 번은 학생들이 저에게 빨간 하이힐을 선물로 사주고 다음날 신고 오는지 안 오는지 지켜보려고 출근시간에 다들 창문에 붙어 있더라고요. 비록 6개월밖에 다니진 못했지만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시절이에요.”

이후 이 작가는 임용고사를 치르고 경북 경산의 공립학교로 자리를 옮겨 8년 정도 근무했다. 1985년 다시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부터 그녀의 소설가로서의 인생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그러나 석달 동안 쓴 장편소설은 ‘사회의식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으며 공모전에서 낙선했다. 이 작가는 그때부터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 중편소설 ‘강’이 ‘KBS 방송문학상’에 당선되면서 기회를 얻었다. 그녀는 이듬해인 1991년 단편 ‘하오’로 <문학사상>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정식 등단했다. 그녀 나이 마흔셋이었다. 그리고 그해 <세계의 문학>에 실린 단편 ‘빗소리’는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그녀는 소설가로서의 날개를 펴게 되었다.

Q 다시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마흔 전후에 나이몸살을 심하게 앓았어요. 뒤엉킨 현실 속에서 방향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죠. 허망하고 쓸쓸해서 거의 매일 울었어요.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 정말 마흔을 앞두게 되었어요. 더 심하게 나이몸살을 앓았죠.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방안에 틀어박혀 있었어요. 그러면서 온종일 무언가를 읽거나 썼어요. 잃어버린 시간들을 찾아 헤매었던 것 같아요. 그것이 결집되어 단단한 소설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Q ‘작가 이청해’의 소설에 큰 주제가 있다면요?

A “등단 전에 제 글에 사회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로 그런 것을 일부러 공부하고 취재하면서 글에 담았어요. 1990년대 사회의 운동권, 공장 등을 취재하며 그것을 글에 녹여냈어요. 한동안은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미리 주제를 정해 놓고 글을 쓰면 좀 어렵더라고요. 어떤 주제가 확 드러나는 것도 싫고요. 그래서 요즘은 소재를 먼저 생각하고 주제를 맞추는 편이에요.”

Q 지난해 <개구리 울음소리>란 동화책을 내셨지요.

A “두 번째 동화책이에요. 처음 낸 동화책은 2004년 낸 <내 친구 상하>라는 책이에요. 엄마가 외국으로 공부하러 가서 아빠와 둘이서 사는 번하라는 아이가 상하라는 강아지와 만나면서 책임감과 주는 것에 대한 기쁨 등을 배우는 내용의 동화예요. 20쇄 이상 찍을 만큼 인기가 좋았죠. 이번 <개구리 울음소리>는 탈북해서 남한으로 온 소년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예요. 마침 출판사에서 이런 주제의 동화를 쓰자는 제의를 받아서 썼어요.”

 이 작가는 2010년부터 암벽등반을 시작했다. 나이 예순을 넘긴 여류소설가와 암벽등반이라는 조합이 그리 이상할 것은 없으나 다소 의외인 것은 사실이다.

Q 암벽등반은 다소 의외인데요.

A “20대 초반에 암벽등반을 한 적이 있었어요. 대학 입학 후 등산클럽에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처음 등반에 따라간 날 하필 우이암 위에서 추락 사고가 났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을 지켜봤죠. 정말 끔찍했어요. 같이 간 친구들은 무서워 울며불며 내려와 다시는 산에 가지 않았는데 저는 이후로도 계속 산에 따라다녔어요. 그때는 그런 ‘깡다구’가 있었거든요. 남들이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일, 안 된다고 못을 박는 일일수록 해보려는 마음이 있었지요. 아마도 칠삭둥이 허약한 신체로 태어난 것에 대한 그림자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 작가는 ‘여자와 같이 바위를 하지 않는다’는 당시 분위기에서도 끈질기게 등반을 다녔다. 만경대, 우이암, 만장봉 등에 여러 번 올라가 봤고, 인수봉에도 서너 번, 선인봉도 한 번 올랐다. 이후 회사를 다니면서 그녀의 삶에서 산은 멀어지게 되었다.

Q 다시 등반을 시작하시게 된 세월의 간극이 크네요.

A “그렇죠. 수십 년이 흘러 등산을 다니면서 인수봉과 선인봉에 오르는 사람들을 향수 섞어 바라보았죠. ‘아, 나도 한때 저기에 올랐었지’ 하는 감상이 늘 가슴을 아릿하게 했어요. 여자들도 어찌 저리 거리낌 없이 바위에 오른단 말인가? 옛날과 다르게 앙증맞은 암벽화와 형형색색 암벽장비들은 어찌 그리 예쁜지요. 여자 셋이 ‘여정 길’을 오르는 장면을 보고는 눈물이 났어요. 자기들끼리 파이팅을 외치는 그 음성이 계속 귀에 맴돌았어요. ‘나도 저랬었지’ 하는 기분들이 내 안의 욕망을 깨운 거죠. 그래서 다시 암벽등반을 하기로 마음먹었죠.”

Q 그래서 정승권등산학교에 들어가셨군요.

A “네, 2010년에요. 그때 제가 63세였거든요. 혹시라도 나이 때문에 서류에서 떨어질까 싶어 58세로 고쳤어요. 하하. 사실 58세도 적지 않은 나이였죠. 마음이 불안해서 직접 등산학교에 전화를 했어요. 정승권 교장선생님이 받으시더라고요. 암벽반에 지원한 사람인데 나이가 많아서 걱정이라고 했어요. ‘몇 세신데 그러시냐?’ 물어보시데요. 떠듬떠듬 ‘쉰여덟’이라 하니 한참 말씀이 없는 거예요. 선생님도 당황하셨을 거예요. 그리곤 조금 있다가 대답하셨어요. ‘그,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얼마든지 하실 수 있어요…. 수요일 예비모임에 나오십시오.’”

그렇게 등산학교에 들어간 그녀는 ‘여자 교육생이 학생장을 맡으면 기수 전체의 분위기가 온화해지고 교육도 더 열심히 잘 받더라’라는 이유로 학생장을 맡게 되었다. 스스로는 “나이순으로 얻어 걸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Q 다시 배운 등반은 어떠셨어요?

A “재미있었죠. 거의 아들, 딸, 동생뻘 되는 사람들인데도 의기투합해서 잘 지냈어요. 인수봉 등반도 인수B코스에서 무사히 끝냈고, 간현 독주길 졸업시험은 완등하진 못했으나 잘 치렀어요. 이후 ‘골수회’라는 정승권등산학교 졸업생들의 산악회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제가 나이를 조금 낮췄었잖아요. 학교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골수회에 들어가려니 거기 사람들과의 상하관계가 문제였죠. 꼭 그런 관계를 따지지 않더라도 거짓 나이로 사람들을 사귀고 싶지 않았어요.”

그녀는 정승권 교장에게 ‘이러저러해서 나이를 낮추었다. 사실은 예순세 살이다’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다행히 정 교장은 ‘그런 열정이라면 충분히 잘하실 수 있을 겁니다’라며 이해해 주었다. 그러나 막상 골수회에 가니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 50대 초반이 한두 명 있을 뿐 나이로 모두를 평정해 버린 것이다. 굳이 위아래를 따질 ‘적수’가 없었다.

이후 그녀의 산행 생활에는 나이가 전매특허처럼 붙었다. 나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고 있는 그녀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인생이 타인의 생각에 의해 달라져선 안 되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Q 지금은 등반이 능숙하시죠?

A “짐은 되지 않을 정도예요. 골수회에서 몇 번 등반을 하고 따로 운동을 해야겠다 싶어서 실내암장을 다니게 되었어요. 마침 등산학교 동기가 암장에 먼저 다니고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제대로 벽에 붙어 있지도 못했는데 한 달이 지나자 수직벽 기본 코스를 열 바퀴 돌게 되었고, 두 달이 지나자 서른 바퀴 돌게 되었어요. 팔에 근육이 생기는 게 신기했고, 어제 안 잡히던 홀드가 오늘 잡히는 게 신기했어요. 운동이 재미있어졌죠. 등반에 자신감도 생겼고요. 내친김에 빙벽도 배웠죠.”

서울 잠실에서 살다가 1993년 이사 온 도봉구 수유리의 아파트에서는 북한산과 도봉산 능선을 파노라마로 바라볼 수 있었다. 주방에서도, 베란다에서도, 작은 방에서도 고개만 들면 인수봉과 선인봉이 액자처럼 보였다. 그녀는 요즘은 늘 함께 다니는 멤버(국영숙, 이영은, 박종범)들과 등반을 즐긴다. 나이는 한참 아래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바위 친구들이다. 인수봉과 선인봉을 주로 가는데 지난해 10월 선인봉 학교길을 끝으로 겨울 동안은 잠시 ‘휴업’ 상태다.

Q 등반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A “있지요. 저는 암벽등반, 빙벽등반, 인공등반도 하니까 산악인들이 자신의 경험을 옮겨 적는 산악소설과는 조금 다른, 내가 경험해 본 산, 등반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어요. 그런 자신감도 있고요. 사실 써놓은 작품도 있어요. ‘검은 나비’라는 제목인데 파타고니아 세로토레를 오르다가 실패한 두 산악인의 양심에 관한 이야기예요. 내가 살기 위해 동료의 줄을 끊은 사람, 그로 인해 추락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예요. 아마도 다음 소설집에 실려서 내년 정도에 출간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작가님에게 산은 어떤 의미인지?

A “저는 선인봉 은벽길을 좋아해요. 인수봉은 아래에서 보는 모습이 웅장한데 선인봉은 직접 바위 속으로 들어섰을 때 더욱 압도적이에요. 그 압도적인 바위에 4월 말경 진달래나무 한 뿌리가 딱 붙어서 꽃을 피워내는 걸 보면 대단한 기가 느껴져요. 거대한 암벽의 실 같은 틈새에 무슨 흙이 있다고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세월을 견디며 강직한 줄기를 내뻗어 꽃까지 피워 냈을까 싶어요. ‘아,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구나, 저 진달래를 닮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죠.”

이청해 작가는 요즘 새로운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작은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은 바위에서 단련돼 뼈마디가 굵게 되었으나 여전히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녀의 손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했던 ‘아름다운 시절’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소설과 암벽등반, 그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모두 써낸 그녀의 손이 참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