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우사인 볼트에게도 밀린 이순신 장군·세종대왕

방송인 유재석, 남자 육상 100m 세계기록(9.58초) 보유자 우사인 볼트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을 앞질렀다. 본지가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에서 받은 아동 위인전(학습만화 포함) 판매 순위 결과다.

이 순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국민MC'로 불리는 방송인 유재석을 담은 아동용 인물전 'Who Special 유재석'(다산어린이)였다. 아르헨티나 출신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3위), 김연아(4위), 우사인 볼트(7위)가 뒤를 이었다. 한국의 위인 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순신 장군(8위)과 세종대왕(11위)이 연예·스포츠 스타에게 밀린 셈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서점을 통하지 않은 홈쇼핑 방송의 위인전 전집 판매량을 고려하면 실제로 유재석과 김연아 등 동시대 스타들의 인기는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위인전 시장도 갈수록 과거 인물보다는 동시대 유명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계몽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위인전'(전 60권) 위인은 모두 사망한 사람이었다. 이에 비해 현재 인기 시리즈 다산어린이 'Who 세계위인전'에 실린 위인은 100명 중 22명이 생존 인물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유재석, 전기 자동차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중국의 IT 재벌 마윈 같은 사람은 일거수일투족이 자주 보도되다 보니 출판사 입장에서는 손쉽게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예림당 'Why? People' 시리즈도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스티븐 호킹 등을 소개했다.

동시대인을 다룬 위인전의 판매량이 높은 이유에 대해, 주 독자층인 아이들이 TV와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동시대 인물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관심을 갖게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정은 광화문 교보문고 어린이책 북마스터는 "서점에서 아이가 TV에서 본 사람이라며 부모에게 사달라고 조르는 인물을 다룬 위인전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며 "부모가 읽히고 싶어 하던 위인들 위주로 팔리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했다. 실제로 아이들이 책을 사달라고 조를 수 있는 오프라인 교보문고에서는 동시대 위인전의 판매량이 높은 반면, 결제 문제 때문에 부모 의사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반영되는 온라인(예스24 기준)에서는 안중근, 간디 같은 기존 위인이 상대적으로 강세였다.

출판계는 위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우사인 볼트, 일론 머스크 같은 동시대인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놓을 때는 '위인전'이라는 표현 대신 '인물이야기' '인물전'이라고 표현한다. 다산어린이의 Who 시리즈는 '세계위인전' '한국위인전'이 있지만 'Special' 시리즈로 소개한다. 위인전이라는 표현은 피하면서 유재석, 박지성 같은 성공한 인물 이야기를 통해 '롤모델'을 찾고 '진로탐색'을 하라고 마케팅한다.

생존 인물을 소재로 하다 보니 황우석 교수의 경우처럼 시간이 흐르면 당대 인물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위험성도 상존한다. 이 때문에 비룡소의 새싹인물전처럼 생존 인물을 거의 다루지 않는 시리즈도 있다. 비룡소 박지은 편집장은 "10~20년 뒤에도 읽을 가치가 있는 사람에 관한 책을 내려고 하다 보니 역사적 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람은 되도록 넣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점자를 개발한 루이 브라유,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조종사 아멜리아 에어하트 등 부모 세대 때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위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 한정되기보다는 아이가 본받을 만한 가치관과 인류애를 지닌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읽히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