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장짜리 우병우 구속영장, 왜 외면당했나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소명(疎明)이 부족하다'며 기각하고 수사 기간 만료일(28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특검팀이 초읽기에 몰리게 됐다.

이규철 특검보는 22일 우 전 수석 영장 기각에 대해 "우리로선 영장의 혐의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1시 10분쯤 "혐의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 사건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검보는 "특검에서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거나 그간 수사한 내용을 검찰에 넘겨 추가 수사를 하도록 하는 방안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수사가 28일로 만료될 경우 보완 수사를 할 기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영장을 재청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특검팀 내부에선 "영장 기각을 예상치 못했다"는 말이 나왔다. 당초 특검팀은 지난 1월 말쯤 우 전 수석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5명을 좌천시키는 데 개입한 일부 혐의 등을 적용해 일단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 자신을 감찰하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게 '감찰을 잘못하면 형사처벌될 수 있다'고 협박한 일 등을 추가로 적용하면서 영장이 40장 분량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영장 기각 이유와 관련, 민정수석이라는 우 전 수석 업무의 특성상 권한 남용의 한계를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워 직권남용 혐의 인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 전 수석이 문체부 공무원 등의 인사 조치에 개입한 것에 대해 "민정수석의 업무인 '감찰' 결과 문제가 있어서 조치한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펴면서 그가 권한을 불법적으로 남용했다고 보기가 애매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최순실 게이트'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하던 판사들이 법원 정기 인사로 교체되면서 새로 오민석 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것이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이 '청와대에 근무해보면 대통령이 법'이라며 모든 것을 대통령이 지시한 일이라는 식으로 주장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피의자 대부분은 우 전 수석처럼 '대통령이 시켜서 그랬다'고 했다"며 "판사가 이 사건의 전체적 맥락을 제대로 파악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검찰 주변에선 결국 조만간 '우병우 수사 2라운드'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검팀은 법적으로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부분만 수사할 수 있지만 검찰은 그 같은 제약 없이 모두 수사가 가능하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광주지검의 세월호 수사를 방해한 의혹, 변호사비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 처가의 강남역 땅 거래에 개입한 의혹 등 무수한 의혹과 개인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우 전 수석을 수사한 '윤갑근 특별수사팀'은 한마디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른바 우병우 사단 검사들이 검찰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지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