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두 회장의 탄생… "출판계를 하나로"

이번 주 출판계에는 '전례 없는' 회장이 두 명 탄생했다. 22일 당선된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 49대 회장 윤철호(56) 사회평론 대표, 그리고 20일 선출된 한국출판인회의 10대 회장 강맑실(61) 사계절 대표다.

윤 회장은 제9대 출판인회의 회장을 마치자마자 출협 회장에 당선됐다. 인문·사회 단행본 출판사가 주도하는 출판인회의 회장이 학습·아동·종교·전집류까지 망라하는 출협 회장에 당선된 적은 70년 출협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소위 '단행본 출신'의 출협 회장 역시 2005년 민음사 박맹호(1933~2017) 회장 이래 12년 만이다.

1998년 설립된 출판인회의는 한길사 김언호 초대 회장 이래 동기·후배로 이어지는 게 관례였다. 윤 회장의 5년 선배인 강맑실 신임 회장은 일종의 '역주행'인 셈. 이 이례적 탄생에는 어떤 의의가 있는 것일까. 23일 서울 홍익대 인근 출판인회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윤 회장의 선거 공약 1번이 '하나되는 출판계'였다. 그의 출마에 대해 "출판인회의가 출협을 접수하려는 시도"라는 흑색선전이 있었을 만큼, 두 단체의 불협화음은 뿌리 깊다. 윤 회장은 '지금은 분열이 아니라 힘을 합칠 때'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접전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229대130의 완승을 거뒀다. 추대 형식으로 취임한 강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선후배들이 힘을 합쳐야 하는 출판계의 위기 상황"이라면서 "그 가교 역할을 자임하고 싶었다"고 했다. 447개사를 대표하는 출판인회의와 645개 회원사의 출협을 합치면 일부 중복을 고려해도 1000여 출판사. 전례 없는 '초대형 연대'의 출범인 셈이다.

이날 두 회장은 역할을 조금 나눴다. 윤 회장이 출판산업 발전이라는 큰 그림에 집중했다면, 강 회장은 일반 독자가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식이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윤 회장은 출판이 사양 산업이 아니라 미래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인 대목이 정부의 기존 출판 정책이다. 출판 역시 디지털 시대의 원천 콘텐츠로 얼마든지 확장 가능한데, 종이책의 한계를 지닌 퇴행 산업으로 보고 차등 대우하고 있다는 것. 가령 문화부 조직에서 영상·게임·대중문화 등은 콘텐츠정책관 산하, 출판은 신문·방송 등과 함께 미디어정책관 소속인 것을 예로 들었다. "콘텐츠 중심 산업으로 보는 게 아니라 미디어 관리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니 실제 예산 배분도 마찬가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조성한 문화산업모태펀드가 1조5000억원 수준인데, 출판산업진흥원의 진흥 예산은 기껏해야 수십억원 수준이라는 것. 윤 회장은 "그나마 닭 모이 나눠주는 식의 잘못된 배분 정책이 대부분"이라면서 "문화 산업과 출판 산업을 함께 아우르면서 발전시킬 그랜드 플랜이 시급하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이익 단체지만, 두 단체는 '독자 제일주의'가 출판 산업 생존의 필수조건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일반 독자를 위한 출판인회의의 구상 중 하나는 공공도서관과의 연대다. 가령 1000개에 이르는 전국 도서관과 회원 출판사들과 협력해서 다양한 강연 프로그램을 후원하겠다는 것. '저자와 책 읽기' '영화와 책 함께 읽기' '책 표지를 활용한 가방 만들기' 등 누구나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강 회장은 "회원 출판사들과 협력하면 무궁무진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즐겁고 일상적으로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겠다"고 했다.

사석에서 누님·동생으로 서로를 부르는 이 '남매 회장님'은 2003년부터 마라톤을 함께 뛰며 우의를 다진 사이이기도 하다. 출판인 마라톤 모임인 부커스 소속으로 지금까지 풀코스 완주만 각각 50여 차례, 20여 차례에 이른다는 철각(鐵脚)들이다. 산길 100㎞를 밤새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도 함께 뛴 사이. 마라톤도 출판도 결국 인내와의 싸움. 강 회장은 "눈썹 위로 햇살이 다가앉던 그날의 새벽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마라톤처럼 즐겁게,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함께 달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