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규제에 울고 웃고… 독과점 막고 경제도 살릴 묘책은?

경제를 살리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최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만이 살길"이라는 말도 자주 나옵니다. 과도하고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규제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럼 규제란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일까요. 행정규제기본법에 나와 있는 규제의 정의(定義)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법령 또는 조례·규칙에 규정되는 사항"입니다. 일반적으로 '규제 개혁'은 '규제 완화'와 같은 말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경제학 관점에서 규제를 개혁한다는 것은 규제를 적절하게 만들어 규제의 품질을 높이고,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적절한 규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등 민간 사이의 소통과 교류가 아주 중요합니다. 품질 좋은 규제를 만들려면 어떤 것이 더 필요할까요.

◇규제영향분석으로 규제 품질 높여

좋은 규제를 찾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정부가 기울이고 있는 노력 중 대표적인 것이 규제영향분석(RIA· regulatory impact analysis)이라는 제도입니다. 정부는 지난 1998년부터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거나 기존 규제를 강화할 때 사전에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하게 하고 있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에 의하면 34개 회원국 중 33개국이 규제영향분석을 의무화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한국은 비교적 일찍 제도를 도입한 나라입니다.

그럼 이 규제영향분석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규제가 생길 경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입니다. 규제가 있을 때와 규제가 없을 때를 비교·검토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만약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이 규제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도 검토합니다.

예컨대 이 규제를 적용받는 기업이나 일반인이 이 규제 때문에 어떤 비용을 부담하게 될지 예상해본다는 거죠. 또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 특정 대상에게 규제로 부담이 커지지 않는지도 별도로 조사합니다. 컴퓨터로 치면 운영체제를 더 성능 좋게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우리 규제영향분석 제도는 전반적으로 OECD 평균보다 낫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규제영향분석의 대상을 넓히는 것입니다. 현재 규제영향분석은 정부가 발의한 법안 중에서도 새로 생기는 규제와 내용이 강화되는 규제만을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이 대폭 늘어난 상황이라 전체 법안 중 규제영향분석을 받는 규제의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또 규제영향분석을 할 때 규제의 직접 적용을 받는 이해관계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규제를 만드는 주체와 규제를 적용받는 쪽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교류해야 최적화한 규제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그 밖에도 우리나라는 규제 개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규제 개혁 신문고'라는 프로그램은 규제를 조정하려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시민 참여형 제도입니다. 규제 개혁 신문고를 통해 의견을 내면 접수 후 14일 이내에 담당 부서가 검토해 답변을 해줍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플 것 같은 '손톱 밑 가시'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영업 및 경영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작지만 실제로 기업에 불편과 부담을 주는 고질적인 애로 사항을 찾아 빠르게 해결하려고 만든 제도입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규제정보포털'을 보면 이 제도를 포함해 각종 규제의 현황 및 개선 사례가 공개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원칙 허용' '예외 금지'라는 규제 방식이 도입돼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원칙 허용'이란 마치 컴퓨터에 운영체제를 설치할 공간을 빼고는 어떤 프로그램도 설치할 수 있게 깨끗이 비어있는 하드디스크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정부가 원하는 정책 목표는 확실하게 관리·감독해 달성하도록 하고, 그 밖의 영역에서는 민간 부문이 창의성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방식입니다. 이때 바이러스나 악성 코드를 차단하기 위한 백신 프로그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예외 금지' 조항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외 금지는 규제를 받는 쪽에게 시장 질서나 공익의 목적으로 넘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선을 정해놓는 것을 말합니다.

◇규제 도입 여부 두고 논란도 많아

적절한 규제를 만들기 위한 장치도 많지만 반대로 규제 완화가 적절한지 여부가 정치적 논란을 빚을 때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규제프리존법'입니다. 정식 명칭은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 입니다. 정부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든 대표적인 법안 중 하나죠.

이 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 산업 27개를 정하고, 이 산업들에 대한 규제 78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드론, 헬스케어, 전기차, 관광, 화장품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겨냥한 신산업 업종이 대거 전략 산업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런 이유로 재계 등에서는 경제 활성화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 법안이 하루빨리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자체에서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분야가 담긴 만큼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각 산업에서 규제프리존의 혜택을 받을 대상이 재벌 대기업의 전략 산업이며, 자칫 대기업 독과점 체제를 굳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법 내용이 모호해 자칫하면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가능하게 해 의료, 환경, 교육, 경제적 약자 보호, 개인정보 보호 등의 공공성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두 주장 중 어떤 쪽이 더 일리가 있을지 20대 국회에서도 치열한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규제는 저수지의 물처럼 고여 있어서는 안 되고, 생물처럼 우리 곁에서 국민의 재산뿐만 아니라 생명과 안전에까지 깊숙이 영향을 미치며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와 국민 모두 꾸준한 관심과 참여를 통해 상황에 따라 최적의 규제를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