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28 03:00

[대한항공, 신형 'B787-9' 공개]

6월부터 LA 등 장거리 노선 투입… 규모는 중형급이지만 첨단 기재

버튼으로 창문 투명도 조절 가능
기존보다 연료 효율 20% 높아 엔진 소음은 60% 감소시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항공업을 하다 보면 기름을 많이 먹거나 좌석을 다 채우지 못한 항공기는 정말 보기 싫어요. 하지만 이번에 들여온 ‘보잉787’은 기름도 적게 들고 좌석 규모가 적당해 참 마음에 듭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27일 인천 운서동 정비 격납고에서 열린 보잉 B787-9 공개 행사에 이 기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조 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장남으로 지난달 사장에 취임했다. 이날은 취임 후 첫 공개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대한항공이 지난 22일 미국 보잉사에서 넘겨받은 B787은 규모는 중형급(좌석 수 250~300석)이지만 기재(機材)는 첨단이다. 한 번 뜨면 1만4000㎞까지 날 수 있어 대한항공 최장 노선(인천~애틀랜타·1만1481㎞)을 소화할 수 있다. 우선 3월 국내선(김포~제주)으로 운항 경험을 쌓게 한 다음 6월부터 국제선(토론토·마드리드·LA 등) 장거리에 투입할 계획이다. 2019년까지 10대가 들어온다. 기존 뉴욕·파리 등 핵심 장거리 노선은 이미 도입한 초대형기 에어버스 380(이하 A380·좌석 수 408석) 10대를 주력 기종으로 채택하고 나머지 장거리 노선엔 첨단 중형기를 투입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좌석은 A380급… 기압 낮추고 습도 높여

이날 공개한 보잉787은 중형기지만 ‘하늘 위의 호텔’이라는 A380과 좌석 안락함에서 손색이 없다. A380처럼 이코노미석 앞·뒷좌석 등받이 간 거리가 34인치(약 86㎝)이고, 의자가 슬라이딩 방식이라 등받이를 뒤로 젖혀도 뒷좌석 승객의 무릎 앞 공간이 좀 더 여유롭다. 구형 항공기 비즈니스석은 의자가 170도 정도까지만 펴졌는데 이 기종은 180도까지 펴진다. 좌석마다 여닫을 수 있는 차단막과 개별 통로가 있어 옆 승객과 부딪칠 일이 없다. 모니터 크기(17인치·43㎝)만 빼면 퍼스트 클래스(23인치·58㎝)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

27일 열린 보잉 B787-9 공개 행사에서 승무원들이 기내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27일 열린 보잉 B787-9 공개 행사에서 승무원들이 기내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27일 인천 운서동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공개된 항공기 보잉 B787-9 앞에서 승무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7일 인천 운서동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공개된 항공기 보잉 B787-9 앞에서 승무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기내 기압도 크게 낮아져 여행 피로감이 덜한 게 특징이다. 보잉 기존 중형기(B777-200) 기내 기압이 백두산 정상 수준(해발 2400m)으로 느껴졌다면, 이 기종은 지리산 수준(해발 1800m)이다. 대한항공은 “귀에서 느끼는 압력이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습도도 15~16%로 기존 항공기(11%)와 비교해 개선됐다. 마원 대한항공 전무는 “기체의 50%에 쓰인 ‘탄소 복합 소재’가 비결”이라고 말했다. 기존 항공기는 알루미늄 합금 조각을 여러 개 조립해 동체를 만들었다면, 탄소 복합 소재는 동체를 거의 통째로 뽑아낸다. 이 때문에 연결 부위가 많은 알루미늄 합금보다 압력을 더 잘 견뎌내 기압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탄소 복합 소재는 습도에 강해 잘 부식되지 않아 내부 가습 장치로 습도를 더 높여도 무방하다.

창문은 A380 대비 25% 크고, 중형기인 A330과 비교하면 78% 더 커 탁 트인 느낌을 준다. 창문 덮개는 없다. 특수 젤을 창문 속에 삽입, 창문 아래 버튼 조작으로 창문 투명도를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기내 조명을 LED(발광 다이오드)로 구성, 일출·일몰·순항·식사·취침·기상 등 상황에 따라 14가지 분위기를 연출한다.


연료 효율 20% 더 좋아

대한항공 차세대 항공기 'B787-9'의 특징

B787은 기존 중형기(B777-200) 대비 연료효율이 20% 높다. 이 역시 경량화 소재인 탄소 복합 소재를 사용한 덕분이다. 대한항공도 기여했다. 조원태 사장은 “대한항공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항공 운항과 부품 제작을 함께한다”면서 “B787에는 핵심 부품 6가지(항공기 동체 뼈대·항공기 꼬리 구조물 등)를 납품했다”며 “제작한 날개 끝 휘어진 구조물(레이키드 윙팁)은 공기 저항력을 감소시켜 연비를 5%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B787는 엔진을 둘러싼 덮개에 신기술을 적용, 엔진 소음이 기존 중형기(B767)보다 60% 적다. 터뷸런스(난기류) 같은 기상 상황을 감지하고, 동체 흔들림을 줄이는 운항 제어 시스템도 적용됐다.



◇"글로벌 명품 항공사 만들 것"

조 사장은 이날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직원의 행복과 주주의 가치 창출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잇따른 기내 난동 사건에 대해선 “그동안 승무원 판단보다는 고객들 반응에 신경을 더 써 직원들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는 승무원 판단에 맡기고 그 결과 어떤 법적 문제가 생기더라도 회사가 책임지는 쪽으로 지침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노선 확장을 위해 미국 최대 항공사 델타항공과 합작사(조인트벤처)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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