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뒤태, 이제 나만의 얼굴

직장인 안선영(35)씨는 스마트폰 케이스를 두 개 갖고 있다. 평소엔 네모반듯한 까만색 가죽 케이스를 쓰다가 기분 전환이 필요한 날엔 알록달록 아이스크림 모양 실리콘 케이스로 바꾼다. 안씨는 "귀엽고 신기하다며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니 시선 집중 효과가 확실하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분신. 그걸 감싸는 케이스 또한 이제는 그저 껍데기가 아니라 취향을 농축한 결정체다. 특히 스마트폰 뒤쪽 디자인은 충격 흡수라는 실용적 기능보다 사용자의 미적 감각을 드러낸다는 의미에서 디자인이 더욱 중시된다. 스마트폰 케이스가 IT 기기 부속품이 아니라 어엿한 패션 아이템이란 의미다. 전자상거래 업체 위메프는 작년 한 해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가 '휴대폰 케이스'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패션 업체들은 이런 추세에 맞게 다양한 스마트폰 케이스를 내놓고 있다. 카메라 렌즈 자리에 빠끔 뚫어놓은 작은 구멍이 아니라면 스마트폰이라 생각하기 어려운 디자인도 많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모스키노다. 지난해 유리 세정제 스프레이 모양 케이스로 인기를 끈 데 이어 올해는 알약을 주제로 삼았다. 약병 모양도 있고 줄 맞춰 포장된 알약이 밖으로 반쯤 드러난 디자인도 있다.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도 물고기나 입술 형태를 과장되게 표현한 케이스를 선보였다. 이 외에도 바닷가재, 맥주컵, 원숭이 등 다양한 디자인이 등장하고 있다.

요즘 대세인 소셜미디어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구구절절 설명 없이 사진 한 장으로 개성을 표현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아이템으로 스마트폰 케이스의 '뒤태'가 주목받는다.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도 중 하나인 '화장실 셀카'에 최적이다. 화장실은 다른 곳보다 조명이 강해 셀카를 예쁘게 찍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스마트폰 뒷부분도 거울에 비치면서 돋보이게 된다. 화장실 셀카를 뜻하는 '배스룸 셀피(bathroom selfie)'로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하면 이런 사진이 100만건 넘게 나온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로선 살짝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 크기와 두께를 1㎜라도 줄이려고 연구를 거듭해왔거늘, 소비자들은 얇아진 기기에 크고 두툼한 케이스를 씌워버리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