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보고도 북한에 환상?"

"젊어서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죠. 하지만 북한과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은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파 간첩 출신 김동식(52·사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유경제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시대 청년에게 주는 고언'이란 주제였다. 김 연구원은 서른 살이던 1995년 "한국서 활동하는 남파 간첩을 데리고 월북하라"는 지시를 받고 한국에 침투했다. 당시 충남 부여에서 군경과 충돌하며 총에 맞아 생포돼 '부여 무장간첩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후 김씨는 전향해 북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젊은이였다"고 했다. "매일 죽을 구멍에 자진해 들어가 고생하던 엄청난 바보이기도 했죠." 평양의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서 4년간 대남 침투 요원으로 실전 교육을 받았다. 이후 노동당 연락부에 근무하며 대남 공작을 배웠다. 그의 육체는 20kg 모래 배낭을 메고 40㎞를 3시간30분에 주파했고 8km 호수를 2시간30분에 헤엄쳐 건널 수 있었다. 첫 임무로 1990년 5월 제주도에 침투해 한국 인사들을 노동당에 가입시키고 복귀했다.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 5년 뒤 2차 남파 작전에서 생포되자 그의 부모·형제는 숙청당했다. "평생을 노동당 간부로 북한 체제에 충성을 다했지만 돌아온 건 가족의 숙청이었습니다. 공작 지도부는 누구도 다치지 않고 떵떵거리더군요." 그는 "머리보다 가슴으로 겪은 인간적 아픔은 신념을 버리게 했다"며 "한국 젊은이들이 민주주의나 자유, 평화 같은 가치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소중한 것이라 생각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정남 암살 사건을 접한 뒤엔 '북한이 또 저질렀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김정은의 지시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북한 요원들이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청부살인을 했어요. 꼬리를 자르면서도 목표를 달성했으니 굉장히 새로운 수법이죠." "한국에 암살용 독총을 최초로 들여왔을 것"이라는 그는 "암살 무기는 작전 직전에 지급된다"고 했다. 남파되기 3일 전에야 파카 만년필처럼 생긴 독총을 받았다고 했다. "세 번 돌려 버튼 누르면 총알이 나가게 돼 있다" "5m 이내에서 쏘면 5분 내 사람이 죽는다"는 사용 방법만 들었다고 한다. "안에 어떤 독극물이 있느냐고 묻진 않죠. 쏴보는 실습도 전혀 하지 않고요. 오로지 실전에서 쓰는 용도인 거죠." 김씨는 "이번 암살범들이 맹독성 독극물이 VX인지를 몰랐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