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한국 가는 항공예약 10%p '뚝'

중국의 '사드 보복'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우리 산업계의 피해도 번지고 있다. 중국인 단체·개별 관광객의 여행 취소가 잇따라 항공업계 예약률이 뚝 떨어졌다. 대한항공은 지난 7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중국발(發) 한국행 항공기 예약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감소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예약률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보겠지만 중소형 항공기를 투입하거나 운항 편수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5일부터 이달 말까지 중국발 한국행 노선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9%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21%를 한·중 노선에서 올린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국가여유국(문화체육관광부에 해당)이 한국행 여행 상품 판매 중단 시점으로 잡은 날이 이달 15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예약 취소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사드발(發) 경제 충격'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거세지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IBK경제연구소는 이날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 확산과 영향' 보고서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수출과 관광, 콘텐츠 산업이 타격을 받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59~1.07%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 손실 규모가 최대 150억달러(약 17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장우애 연구위원은 "관련 산업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 외에도 고용 창출과 신규 투자, 연관 산업의 부가가치 등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26.0%로 일본(17.5%)보다 월등히 높아 과거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분쟁 당시보다 피해가 훨씬 클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기관인 크레디트스위스도 이날 "중국의 관광 금지 조치가 한 해 동안 지속되면 한국의 GDP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NH투자증권은 성장률 0.25~0.5%포인트 감소를 예측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중국경제팀장은 "당분간 중국의 보복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우리는 중장기적 차원에서 시장 다변화와 기술 고도화 등 대외 전략 방향을 수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자본과 중국 자본의 합작을 통한 현지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롯데마트의 중국 내 매장은 이날 하루 동안 16곳이 늘어 총 55곳이 됐다. 중국 점포 99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은 것이다.

중국 당국의 보복 조치는 롯데마트 외에 롯데제과가 미국 허쉬사와 함께 중국에 설립한 초콜릿 공장인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에도 미쳤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 6일 갑자기 소방 당국 직원들이 조사를 나와 공장의 연료 탱크와 도로 사이의 안전 거리, 연기 배출 시스템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이날 1개월 생산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 공장은 2007년 허쉬와 롯데가 51% 대 49% 지분 비율로 설립했으며, 연 매출은 800억원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사드 보복 대상을 롯데와 미국의 합작사까지 늘려 미·중 간 갈등으로 번질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