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항해하는 돛단배 같네

파리 북서쪽 외곽의 아클리마타시옹 정원. 비 내리던 지난 4일, 루이뷔통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은 비바람을 이겨내고 출항에 성공한 범선처럼 보였다. LVMH(루이뷔통 모에 헤네시)그룹 베르나르 아르노(68) 회장과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88)가 의기투합해 2014년 10월 문을 열었다. 완공 55년 후 파리시에 무상으로 귀속시킨다는 조건으로 2008년 첫 삽을 떴고, 6년 만에 완성했다. 약 1억4천만달러(약 1624억원)가 들어갔다.

춤추는 듯 비정형 건축의 대가인 게리의 작품이라 건물 내부도 곡선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구조와 내부 설계도 큰 구경거리다. 총 6층 건물로, 갤러리 방 11개와 350석 콘서트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얀색 두꺼운 콘크리트 타일로 제작된 각기 다른 크기의 방들은 '빙산(iceberg)'이라고 불린다. 천장이 좁아지는 각도 등 방마다 구조가 조금씩 다르다. 천장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각 방의 분위기와 전시 작품의 깊이감을 차별화한다.

'빙산'(방) 11개를 합하면 하나의 거대한 '빙산'(미술관)이 된다. 이 거대한 빙산을 12개 거대한 유리 패널이 감싸 안는 구조다. 무늬와 형태가 다른 미니 유리판 2580장이 하나의 '패널 퍼즐'을 완성한다. 빛을 반사시키는 특수 재질이라, 맑은 날이면 구름과 주변 나무들이 유리에 반사되면서 또 다른 장관을 빚어낸다. 미술관을 디자인한 게리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런던의 수정궁과 파리의 그랑팔레를 생각하면서 설계했다"며 "빛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움직임과 반사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현재 유리 패널 일부는 빨강·분홍·초록·파랑의 체스판으로 물들어 있다. 설치미술가 다니엘 뷔렝의 작품. '빛의 관측소'라는 제목으로 4월까지 볼 수 있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2층 높이의 커다란 장미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긴다. 베를린 예술가 이자 겐츠켄의 설치물이다. 3층에서는 프랭크 게리의 건축전이 상설로 열린다. 미술관 건축 과정을 사진과 비디오로 볼 수 있다. 미술관 지하 한쪽 벽면을 장식한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지평선 안으로'도 놓쳐선 안 된다. 삼각 형태의 기둥 한 면에선 노란 불빛이 나오고 또 다른 면은 거울로 돼 있다. 인공호수와 이어지는 통로라 석양 녘 물소리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맛이 운치 있다.

미술관 옥상에 오르면 파리의 부도심 라데팡스(la defense)와 에펠탑이 보인다. 미술관 고문 장 폴 플라베리는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은 우리가 미래 세대에 선물하는 자신감과 관대함의 상징"이라면서 "파리 시민의 미학적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