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코너] 헌재 앞 주유소 "토요일 매출 0원서 해방"

"소음 때문에 고막이 터지는 줄 알았는데, 이제 정말 해방된 느낌입니다."

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부근의 안국역에서 만난 은행원 김모(31)씨는 "그동안 촛불과 태극기 집회 측의 대형 스피커 소리가 너무 커서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더 이상 시끄러운 구호 소리나 군가(軍歌)를 듣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탄핵 심판 선고가 내려지기 전까지 탄핵 찬반 진영의 단골 집회 장소였던 안국역 일대가 평화를 되찾았다. 찬반 양측의 시위가 사라지면서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이 소음 노이로제에서 벗어난 것이다.

당초 헌재 앞 시위는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로 시작했지만, 점점 대형 스피커가 동원되는 대규모 집회로 커졌다. 선고 2주 전부터는 안국역 남쪽 수운회관 앞에서 평일에도 대형 스피커를 동원한 집회가 열렸다.

주민들은 탄핵 찬반 입장을 떠나 하루라도 일찍 헌재가 선고를 내린 것을 반겼다. 안국역 부근의 한 건물 관리인 박모(62)씨는 "선고 전 집회 온 사람들이 건물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로비에서 술판을 벌여 정신이 없었다"며 "빨리 결론을 내준 헌재 재판관이 애국자"라고 했다. 직장인 고모(34)씨는 "지난주 내내 경찰 차벽과 시위대 때문에 길이 막혀 점심 먹으러 나가기가 어려웠다. 도시락 싸오는 동료도 있을 정도였다"며 "상황이 종료돼 정말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도 그동안 큰 피해를 봤다. 안국동 사거리 주변의 한 주유소는 지난 2주간 토요일 매출이 아예 0원이었다고 한다. 입구가 경찰 차벽에 막혀 영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주유소 정모(59) 과장은 "손님은 없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아예 휴지로 귀를 틀어막고 지냈다"며 "스피커 소리가 너무 커서 '시위대가 대북 방송용 확성기를 쓴다'는 소문이 났을 정도"라고 했다. 북촌의 한 게스트하우스 대표는 "스피커 소음 때문에 숙박 중인 외국인 손님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방을 나갈 정도였다"고 했다.

북촌 한옥마을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하는 김모(36)씨는 "탄핵 선고가 났으니 이젠 경제와 민생 문제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