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 다가올 상황 받아들여야죠"

"저희 둘은 사랑하는 사이고요, 저희 나름대로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습니다."(홍상수 감독)

"만남을 귀하게 여기고 믿고 있습니다. 진심을 다해 만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배우 김민희)

조심스러웠지만, 솔직했다. 13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23일 개봉) 언론·배급 시사회. 지난달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김민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바로 그 영화다. 상영이 끝난 뒤 출연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홍상수(57) 감독과 배우 김민희(35)는 공개된 자리에서 처음으로 연인 관계를 인정했다. 두 사람이 국내 공식 행사에 함께 참석한 것도 지난해 6월 불륜설이 제기된 뒤 9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둘 사이를 묻는 말에 당사자들은 말을 아꼈고 베를린에서도 "가까운 사이(close relationship)"라고만 언급했었다.

홍 감독은 이날 "그동안 언론 보도에 대해 얘기하지 않은 것은, 개인적인 일이라 얘기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니 다 아시는 일처럼 얘기하기에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생각했습니다. 이 자리에 나오는 데 고민도 있었지만 외국에서도 (기자·평론가) 다 만나는데 정상적으로 영화 만들었으니 한국에서도 기자들과 만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인 부분은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민희 역시 "저희에게 다가올 상황, 저희에게 놓인 상황, 이런 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홍 감독의 영화는 '예술가의 사생활과 작품은 별개'라는 흔한 변호가 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영화와 대사 속에 자기 경험을 녹여내는 특유의 작업 방식 때문이다. 이번 영화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강릉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부딪히는 이야기. 전작들보다 훨씬 간결하고 직설적이다. 특히 조금만 술이 오르면 목소리를 높이며 날 선 말을 쏟아내는 김민희의 캐릭터 '영희'는 독보적 매력이 있다.

홍 감독은 "원래 영화 만드는 방식이 제가 아는 '디테일(세부 사항)'을 사용해 재배열하는 식일 뿐, 제 삶에 일어났던 어떤 부분을 자전적으로 재현할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개인적인 영화로 보여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다"고도 했다. 김민희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계획 세우고 목표 두지 않는다"고 담담히 답했다. "지금 저에게 주어진 작업에, 연기할 때 그 과정에만 몰두하려고 합니다. 그걸로 모든 것이 채워지길 바랍니다. 지금 제게는 홍 감독님과 하는 일이 너무 귀합니다."

홍 감독은 '일반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취지의 질문에 "일반 국민이란 표현을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람은 서로 다른 의견과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제가 동의할 수 없더라도, 저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법에 접촉되는 사안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설사 싫더라도요. 그리고 저도 그런 대우를 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