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세 두고… 장밋빛 vs 신중론

14일 코스피지수가 이틀 연속 15포인트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2133.78에 마감됐다. 2130 선을 넘어선 것은 2015년 5월 이후 22개월 만이다. 이날 외국인이 4000억원 넘는 물량을 사들였고,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207만7000원(종가 206만8000원)을 찍으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2011년 이후 좀처럼 1800~2100 선을 벗어나지 못하며 이른바 '박스피(박스권 코스피지수)'라는 오명을 얻었다. 작년 12월 초만 해도 1950~2000 선을 오갔다. 하지만 올해 기업 이익이 예상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대통령 탄핵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까지 해소되면서 본격적인 상승 탄력을 받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도 여전히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2011년 4월 27일 달성했던 코스피 사상 최고점(2231.47)을 무난히 경신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추세적인 상승으로 보기엔 아직은 무리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5년 만에 찾아온 대형주 장세… "코스피 사상 최고점 돌파 무난"

코스피지수가 상승한 데는 대형주 역할이 컸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KB금융, 포스코, 현대중공업, SK텔레콤 등이 최근 줄줄이 52주 신고가를 달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내 대형주 지수는 연초 이후 이달 13일까지 5.3% 상승했다. 중형주(0.86%), 소형주(0.8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12년 상반기 이후 약 5년 만에 대형주 장세가 재현된 것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순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120조원까지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승세 분명하지만 리스크는 여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뚫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지만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선을 긋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등 주요국 증시에 비하면 정체 구간이 길었던 만큼 지금은 코스피지수가 그간의 부진을 만회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코스피지수 상승은 '대장주' 삼성전자의 기여분이 큰 만큼 향후 삼성전자 주가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출렁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 상승이 없었다면 코스피지수는 지금도 2000 선을 넘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상 최고점인 2230 선을 뚫고 더 올라가려면 결국엔 수요 증가에 따른 전반적인 실물 경기 회복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올 1~2월에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던 수출 지표 외에 부진한 내수 지표와 경제성장률이 회복되지 않으면 '반짝 상승'에 그칠 수 있단 얘기다.

대외 리스크도 여전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고,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등 위험 요인도 남아 있다. 지난해 회복세를 보였던 국제 유가가 과잉 공급으로 다시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최근 나오고 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로선 미국·중국 등 대외 증시가 견고하고, 국내 증시도 IT(정보기술)·금융 업종을 필두로 상승장에 접어든 상태"라며 "올해 대형주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국내 대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도 높지 않은 편이라 대형주 위주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