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남녀, 답답한 현실을 '뻥'
입력 : 2017.03.16 03:01
[최근 드라마서 육체적 힘 타고난 주인공 속속 등장]
엉뚱하고 순박한 사람으로 그려지지만 천민·여성 등 약자가 예상 밖 힘 휘둘러
'빽' 없는 인물 괴력에 시청자들 쾌감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은 의적 홍길동(윤균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천민 신분으로 어려서부터 장독을 번쩍 들어 옮기는 등 힘을 타고났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 목숨이 위태로워질까 봐 힘을 숨긴 채 살아간다. 하지만 지난 14일 방송에서 아버지 장례를 치르다 적의 공격을 받은 홍길동은 분을 참지 못하고 헐크처럼 괴력을 폭발한다. 적들을 저 멀리 던져버린 것은 물론 그가 소리만 질렀을 뿐인데도 주변 사람들 모두 뒤로 나자빠진다.
지난해 드라마는 남다른 감각을 지닌 초능력자 세상이었다.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보거나(tvN '또 오해영') 재빠른 움직임을 슬로 모션처럼 포착하거나(SBS '미녀 공심이') 숨은 냄새까지 감별해냈다(KBS '마스터―국수의 신').
최근 들어서는 어마어마한 육체적 힘을 타고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천민, 여성 같은 약자들이 예상 밖의 힘을 휘두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초 끝난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선 인어 역을 맡은 전지현이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가녀린 몸매의 전지현은 늘 엄청난 먹성을 과시하면서 기분 좋으면 집안 가구도 전부 혼자 옮겼다. 가벼운 주먹질만으로 깡패들을 십리 밖까지 내동댕이치는 것은 기본. 경비원을 괴롭히는 병원 부원장에게 통쾌한 발차기를 날리기도 했다.
MBC '역도 요정 김복주'에선 모델 출신 이성경이 체중 5㎏을 불려 역도 선수로 변신했다. 역도 선수의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 연필보다 역기를 먼저 손에 잡은 유망주다. 평소 소시지를 달고 사는 그는 체대 체육대회에 나가 남학생들이 쩔쩔매는 가운데 혼자 100㎏짜리 쌀가마니를 번쩍 들어 올렸다. 물류센터에서 짐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형 상자를 5~6개씩 한꺼번에 옮겨 남자 동료들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종편 드라마에 괴력을 지닌 여성 경호원으로 출연 중인 배우 박보영은 "여자로서 힘이 굉장히 센 역할에 대리 만족을 느꼈고 여성 시청자들도 쾌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원맨쇼를 펼치는 주인공들은 남보다 힘이 셀 뿐 엉뚱하고 순박한 보통 사람에 가깝게 그려진다. 홍길동 역을 맡은 윤균상은 키 187㎝의 거구이지만 얼굴이 아기 같이 생겼다며 '큰아기'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귀엽거나 여린 외모를 지녔고, 권력·사회적 지위 같은 '힘'도 '빽'도 없는 인물들이 진짜 '수퍼 파워'를 발휘해 편견과 모순을 뒤집는다는 설정이다. 유쾌하고 통쾌한 극적 효과가 여기서 나온다.
한창완 세종대 교수는 할리우드 영웅 캐릭터를 분석한 책 '슈퍼 히어로'에서 "슈퍼 히어로가 필요한 시기는 항상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극심한 양극화가 발생하는 시대를 전제한다"며 "사회 구조적 모순에 대한 저항의 한 장치로 캐릭터의 초능력이 정당성을 부여받는다"고 했다. 소란스러운 시대, 순박한 영웅들이 답답한 현실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 들어서는 어마어마한 육체적 힘을 타고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천민, 여성 같은 약자들이 예상 밖의 힘을 휘두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초 끝난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선 인어 역을 맡은 전지현이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가녀린 몸매의 전지현은 늘 엄청난 먹성을 과시하면서 기분 좋으면 집안 가구도 전부 혼자 옮겼다. 가벼운 주먹질만으로 깡패들을 십리 밖까지 내동댕이치는 것은 기본. 경비원을 괴롭히는 병원 부원장에게 통쾌한 발차기를 날리기도 했다.
MBC '역도 요정 김복주'에선 모델 출신 이성경이 체중 5㎏을 불려 역도 선수로 변신했다. 역도 선수의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 연필보다 역기를 먼저 손에 잡은 유망주다. 평소 소시지를 달고 사는 그는 체대 체육대회에 나가 남학생들이 쩔쩔매는 가운데 혼자 100㎏짜리 쌀가마니를 번쩍 들어 올렸다. 물류센터에서 짐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형 상자를 5~6개씩 한꺼번에 옮겨 남자 동료들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종편 드라마에 괴력을 지닌 여성 경호원으로 출연 중인 배우 박보영은 "여자로서 힘이 굉장히 센 역할에 대리 만족을 느꼈고 여성 시청자들도 쾌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원맨쇼를 펼치는 주인공들은 남보다 힘이 셀 뿐 엉뚱하고 순박한 보통 사람에 가깝게 그려진다. 홍길동 역을 맡은 윤균상은 키 187㎝의 거구이지만 얼굴이 아기 같이 생겼다며 '큰아기'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귀엽거나 여린 외모를 지녔고, 권력·사회적 지위 같은 '힘'도 '빽'도 없는 인물들이 진짜 '수퍼 파워'를 발휘해 편견과 모순을 뒤집는다는 설정이다. 유쾌하고 통쾌한 극적 효과가 여기서 나온다.
한창완 세종대 교수는 할리우드 영웅 캐릭터를 분석한 책 '슈퍼 히어로'에서 "슈퍼 히어로가 필요한 시기는 항상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극심한 양극화가 발생하는 시대를 전제한다"며 "사회 구조적 모순에 대한 저항의 한 장치로 캐릭터의 초능력이 정당성을 부여받는다"고 했다. 소란스러운 시대, 순박한 영웅들이 답답한 현실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역할을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