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사고, 재미있게 봐줘 감사해요"

"우리 가족 영상이 여러분에게 웃음을 드려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15일 오후 부산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온 로버트 켈리(45·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 10일 자택에서 영국 BBC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화상 인터뷰를 했다. 당시 어린 자녀가 갑자기 방에 들어오는 바람에 일종의 '방송 사고'가 났다. 그런데 이 영상이 BBC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에서 1억 건 이상 조회되면서 켈리 교수 가족이 갑자기 유명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BBC 인터뷰 당시 귀여운 어깨춤을 추며 갑자기 등장했던 켈리 교수의 딸 메리언(4)과 아들 제임스(생후 9개월), 아내 김정아(41)씨가 함께 나왔다. 켈리 교수는 "그날 딸이 유치원에서 아빠·엄마와 생일 파티를 같이 해서 무척 신이 난 상태였다. 그래서 인터뷰 중인 제 방에 갑자기 들어온 것"이라며 "방송 후 여러 반응들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방송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딸 메리언은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지는 기자회견 내내 사탕을 빨거나 테이블에 놓인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대고 "아~" "네~" 소리를 내면서 천진한 모습이었다. 엄마 품에 안긴 아들 제임스는 엄마가 쥐여주는 과자를 먹다가 5~6개를 땅에 떨어뜨렸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자녀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내 김씨는 "남편이 그날 하루 종일 여러 매체와 인터뷰하고 BBC와 마지막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면서 "두 아이가 아빠 방에 들어가는 바람에 정말 당황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초 자신이 아이들을 돌봐주는 '보모'로 보도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던 것에 대해 "다문화 가정이 많아졌으니 인식이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켈리 교수도 "이번 일이 저의 학문적 연구나 글 등에도 여러분이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 이후 한국의 상황에 대해선 "법의 원칙에 따라 모든 일을 처리한다면 잘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