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서 분 꽃바람… 극장가에도 봄 왔네

처처에 꽃 소식이다. 아침저녁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극장가도 마음은 벌써 깊숙이 봄. 기다렸던 봄꽃 소식처럼, 미국과 일본발 사랑 이야기 두 편이 살랑살랑 꽃잎을 타고 도착했다. 화성 소년과 지구 소녀의 행성 간 러브스토리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와, 일본 대표 배우 오다기리 조, 아오이 유우가 주연한 상처 입은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 '오버 더 펜스'다. 두 편 모두 16일 개봉.

◇깜찍한 소년·소녀의 사랑 '스페이스…'

화성의 첫 인류 거주지 '이스트 텍사스'에서 나고 자란 소년 '가드너'(아사 버터필드). 우주비행사 엄마는 소년을 낳은 직후 숨졌고, 민간 우주기업은 소년의 존재를 숨겼다. 유일한 친구는 화상 채팅으로 만난 콜로라도의 씩씩한 소녀 '툴사'(브릿 로버트슨). 17세가 돼 지구로 돌아온 소년은 병원을 도망쳐 나와 소녀를 찾아가고, 함께 아빠를 찾아 떠난다. 하지만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에 불과한 화성에서 자란 소년의 심장이 버티지 못하고 부풀어 오르면서, 길 위의 소년에게 조금씩 죽음의 그림자가 덮쳐온다.

SF 형식으로 치장했지만 속살은 깜찍한 연애담. 철부지 10대의 감정을 핑계로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되짚고, 곧 열릴 화성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사람 사이 마음의 거리에 관해 말하는 영리한 영화다. 화성에서 온 소년은 처음 본 푸른 바다에 흥분하고, 꼬물대는 푸른 애벌레를 보며 연신 감탄한다. 익숙한 탓에 좋은 줄 잊고 살지만, 실은 우리 주변엔 놀라움이 가득하다는 걸 깨닫게 한다. "처음 느껴본 물, 불, 바람, 그 모두와도 비교가 안 되게 네가 좋다"고 말하는 대사들은 살짝 간지럽지만, 숨기고 꾸미는 데 익숙했던 내 안의 '진심'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봄날에 어울리는, 꽃잎처럼 가볍고 예쁜 영화다. 상영 시간 121분, 12세 관람가.

◇상처 깊은 어른들의 사랑 '오버 더…'

우리 관객에게 가장 익숙한 일본의 남녀 배우를 헤아릴 때, '도쿄 타워'(2007)의 오다기리 조(41)와 '하나와 앨리스'(2004)의 아오이 유우(32)는 첫손에 꼽힐 것이다. '오버 더 펜스'는 두 사람이 함께 주연한 것만으로 기대를 받아온 영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어쩌면 지구와 화성 사이보다 멀지도 모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연(深淵)을 극복해가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아내와 헤어진 뒤 마음의 벽을 쌓아 올리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남자와, 마음의 내상이 깊어 남들에게 모질게 대하지만 끊임없이 남자의 마음을 두드리는 여자. 영화는 끝없이 타조 같은 새들의 '구애의 춤'을 흉내 내는 여자의 몸짓,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에 머리 위로 날리는 깃털, 가뒀던 새장 문을 열어줘도 날지 않는 동물원의 독수리 같은 문학적 상징들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어딘가 조금씩 망가진 두 사람이라도, 자꾸 타석에 들어서다 보면 언젠가 담장 너머로(over the fence) 홈런을 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심야식당'(2009) 등 영화에서 인물 간 섬세한 감정선을 도드라지게 드러내는 데 남다른 재주를 보여온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작. 112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