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생산자·소비자 사이 비밀 없어"

"덴마크는 정부와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가장 건강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서로 협력합니다. 둘 사이엔 어떠한 비밀도 없어야 해요."

에스벤 룬데 라르센(39·사진) 덴마크 환경식품부 장관은 덴마크가 '1등 친환경국가'로 자리 잡은 바탕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방한한 그는 "정부가 까다로운 생산 규정을 제시해도 생산자가 잘 지켜 질 좋은 식품을 팔면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화답한다"며 "이런 믿음 덕에 덴마크는 유럽연합(EU)에서 1인당 평균 유기농 식품 소비량 및 소비액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고 했다.

덴마크에서는 지난해 11월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 2월 공식 종료됐다. 가금류 피해도 거의 없었고 수출 중단으로 입은 피해액도 200만달러(약 23억원)에 그쳤다. 라르센 장관은 "생산자들은 피해 상황을 공유했고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주변 지역 통제도 신속하게 이뤄졌다"며 "평소 환경 문제를 놓고 정부와 생산자가 협력한 경험이 많아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에서도 '불량 식품 파동'이 있었을까. 그는 "식품 판매 규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그런 일은 매우 드문 편"이라고 답했다. 덴마크는 건강 유해 가능성이 있는 트랜스지방 규제나 식중독의 원인인 살모넬라균 감염 허용치 등에서 EU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가끔 불량 식품이 시장에 나오면 정부도 처벌하지만 소비자 단체가 매우 강경하게 대응하고 언론도 집중적으로 그 문제를 다룹니다. 안전과 건강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서 생산자가 섣불리 규정을 어기지 못하죠."

덴마크 정부는 1987년 세계 최초로 유기농 생산 규제를 도입했고 하나의 '유기농 인증 마크(Ø-label)'만 쓰고 있다. 한국처럼 '무농약' '친환경' 등 여러 식품 마크가 혼용돼 소비자가 혼란을 겪는 경우는 없다는 뜻이다. 라르센 장관은 "덴마크에서도 유기농 식품은 일반 식품보다 10~100%쯤 비싸다"며 "하지만 정부가 엄격히 선별해 인증한 것이 소비자의 믿음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고 링쾨빙-스키에른시(市) 의원과 부시장, 고등교육과학부 장관을 거쳤다. "환경식품부와 교육부가 협력해 저학년 어린이에게 식품 안전과 환경, 건강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어요. 사실 일상생활에서 배울 부분이 더 많습니다. 부모가 안전한 먹을거리에 신경을 쓴다면 자녀도 자연스럽게 무엇이 중요한지 느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