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박 13일 스페인 - 포르투칼 - 모로코 여행의 대미(大尾)는 드디어 바로셀로나이다.
바로셀로나는 스페인의 동쪽, 카탈루냐 지방의 중심지이며 이곳은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카탈루냐(Catalonia) 바로셀로나(Barcelona)
역사적으로 이베리아 반도가 이슬람의 침공을 받아 점령당했을 때 유럽 중심의 프랑코 제국은 이슬람을 잘 막아내었는데 그 프랑코 제국의 방어 변방이 카탈루냐였다. 이후 800년에 걸쳐서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을 몰아내고 그라나다를 마지막으로 스페인 내륙과 카탈루냐가 합쳐진 스페인 왕국이 탄생했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스페인 통합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으며 스페인 왕위 전쟁과 1936년 스페인 내전 등에서 독립하려 애써봤지만, 번번이 가로막혀 오늘에 이르고 있는 지역이다.
프랑스와 인접한 카탈루냐는 스페인 어와는 다른 카탈루냐어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슬람과는 섞이지 않은 게르만족 문화를 유지하고 있어 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정정(政情)이 불안하다는 소식과는 달리 여행 내내 불안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가우디(Gaudi : Antoni Gaudi i Cornet)
바로셀로나는 가우디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그의 작품이 아니면 그다지 볼 것도 없다. 바로셀로나는 가우디 그 자체이다.
1852년 태어나 바로셀로나 지역에서 일한 그는 평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다. 건축 학교를 졸업한 그는 독특한 설계로 괴짜로 불리며 몇 개의 건물과 구엘 공원을 선보였다. 1883년에 성가족교회의 건설을 위탁받아 나머지 생을 모두 바쳐 여기에 매달리다가 75세가 되던 1926년 어느 날 저녁 기도를 하러 가다가 전차에 치여 쓰러졌으나 가우디를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응급조치 없이 버려지다시피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져 3일 만에 숨졌다. 불우한 위대한 천재 건축가 가우디는 지금 성가족교회에 묻혀 있다.
그가 만든 건축물 7개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전무후무한 사람이다.
카탈루냐 광장
바로셀로나의 중앙이며 가장 큰 광장이 카탈루냐 광장이다. 이곳에서 중요한 도로 7개가 모두 시작되고 만나고 있으며 바로셀로나의 관광도 여기서 시작한다. 각종 축제와 행사가 열리는 곳이며 카탈루냐의 독립을 주장하는 집회가 열리는 곳이다.
커다란 원형광장과 그 옆으로 2개의 분수대가 있는 구조인데 계단형태의 기이한 조형물이 눈에 띈다. 가우디의 제자 수비라치(Josep Maria Subirachs, 1927~2014) 작품으로 카탈류냐 자치정부를 수립한 프란세스크 마시아(Francesc Macia)의 기념비라고 한다.
성가족 교회 (La Sagrada Familia)
바로셀로나에 온 이유가 성가족교회를 보러 왔다면 과장일까?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1883년에 착공하여 134년째 건설 중인 교회. 물론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건축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도 미완성이다. 지난 2010년에 교황 베네딕도 16세가 방문하여 축성 미사를 집전을 하였으며 가우디 사후 200년이 되는 2016년에 완성하기로 잠정적인 결정을 내린 후 일부 공사가 졸속이 되거나 가우디의 걸작이 변형될 것을 우려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고 한다.
성가족 성당은 십자가 형태를 기본으로 가로 150m, 세로 60m에 달하는 거대한 건물이나 그 규모의 대단함보다는 특이한 외관 때문에 더 유명하고 눈길을 끄는 곳이다. 십자가의 머리부분을 제외한 좌우와 아랫부분 세 곳에 모두 출입문을 내고 장식을 하여 각각을 파사드라고 부르는데 현재 관광객들의 입구로 쓰는 곳은 해가 뜨는 동쪽으로 '탄생 파사드'이며 예수의 탄생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조각하였고 4개의 첨탑이 크게 세워져 있는데 그중 왼쪽 첨탑은 가우디가 살았을 때 세워진 것으로 높이가 무려 100m에 달한다고 한다.
성가족 성당의 첨탑은 파사드별로 4개씩 12개를 세우는데 이는 예수의 열두 제자를 의미하며, 그 뒤로는 4대 복음서를 의미하는 4개의 첨탑이 들어서게 되고 중심에는 무려 170m 높이의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주 첨탑을 세운다고 한다.
동쪽 파사드는 '탄생', 서쪽 파사드는 '수난', 남쪽은 '영광'으로 표현되는데 동쪽은 가우디 생전에 시작하였으며 서쪽은 가우디의 제자, 카탈류냐 광장의 계단 조형물을 세운 가우디의 제자 수비라치가 1954~1976년에 건축하였다. 사실상 성당의 정문이자 정면이 되는 남쪽의 '영광' 파사드는 지난 2002년부터 건축이 시작되어 현재진행형인데 2026년 완공이라는 일정에 쫓겨 부실공사를 한다거나 예술성을 무시하고 콘크리트를 부어 넣기를 한다는 등 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며 일부는 다시 부수는 등 시행착오가 많다고 한다.
이 성당을 성가족교회라고 부르는 이유는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가족(Family)를 봉헌하는 까닭인데 동쪽 파사드를 들어서면 요셉 상이, 서쪽 파사드 안쪽에는 마리아 상이 있으며 중앙의 제단 위에 고난을 겪는 예수 그리스도상이 있어 조형적으로도 성가족성당임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성가족 성당의 외벽은 마치 동굴의 내부처럼 복잡한 느낌이다. 그러나 실내로 들어가 보면 높다란 천장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은 마치 시원한 열대나무들처럼 보이며, 곳곳마다 외부의 빛들이 아낌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구조이다. 갖가지 과일, 동물, 나무 들이 연상되는 모습은 기괴하기보다는 친숙한 느낌이며 가우디 시절의 동쪽에서 그 제자의 서쪽 조형, 그리고 실내와 남쪽에 이르면 현대적인 기법이 여실히 드러나는 수백 년의 세월이 그 안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래서인가? 아직 미완성인 건물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으며, 아직 공사 중인 건물이 준공허가나 받았는지 대규모 미사는 물론 어마어마한 관광객들이 매일같이 밀려와 그 입장료 수익으로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한다.
남쪽 파사드는 아직 공사 중인지라 닫혀 있지만 모두 5개의 문을 만든다고 하며, 밖에는 상가와 주거지가 교회에 바짝 붙어있어 답답해 보이지만 전면부 한 블럭 땅이 모두 교회 소유라서 최종 완공 시에는 모두 철거하고 공터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아마 10년 후 쯤이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지만, 현재 잡음이 들리는 걸로 보아서는 얼마가 더 걸릴지는 알 수 없을 거라고 한다.
교회 내부 아래층에는 기념품 판매점도 있고 가우디를 포함한 그동안의 건축 상황과 각종 모형, 도면 등이 전시되고 있었으며, 둘러보던 중 어느 한 곳에 이르니 발아래 마리아가 내려다보는 그윽한 공간 바닥이 가우디가 영면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 교회는 천천히 자랄 테지만 두고두고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가우디, 그가 시작한 성가족교회는 100년 넘게 아직도 건축 중이었고, 가우디를 찾아온 세계인들이 줄을 서서 교회를 둘러보는 모습을 보노라니 죽은 가우디가 바로셀로나를 먹여 살리는구나 싶었다.
내나라 문화유산 답사 : http://band.us/n/a1abTa1dDbE9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