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이 뉴스] 피아노만 치고 청중에 버럭 "1000원 줄 테니 가라"

"1000원 내고 왔죠? 1000원 드릴 테니 돌아가세요."

최근 '타자의 추방'(문학과지성사)을 펴낸 재독 철학자 한병철(58) 베를린 예술대 교수가 지난 15일 저녁 강연회에서 벌인 기행(奇行)이 논란이 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강연은 시작부터 특이했다. 한 교수는 광화문 교보문고 2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출간기념 강연에서 말없이 피아노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몇몇 마디를 20분가량 반복해 쳤다〈사진〉. "야마하 피아노는 깊이가 없다"고 혼잣말도 했다. 연주 장면을 사진으로 찍은 사람에겐 버럭 화를 냈고, 피아노 연주의 의미가 뭐냐고 묻는 여성에게는 "1000원 줄 테니 참새처럼 짹짹거리지 말고 가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보다 못한 몇몇이 자리를 뜨자 "강연 초반에 이렇게 해서 사람들을 내보낸다"고 했다. 이날 강연은 출판사가 참석 신청을 한 독자를 대상으로 연 무료 강연회였다.

이후에도 청중 수십 명이 강연장을 떠나자, 연주를 멈추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이번 책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책은 읽으면 되고 아니면 잘 요약한 신문 기사를 읽으라"고 했다. 이어 출판사와 번역자에 대한 호불호 평가가 이어졌다. 급기야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자신의 책 '피로사회' '아름다움의 구원'은 뒤를 닦는 데 쓰고,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그의 또 다른 책 '선불교의 철학'(이학사)은 책장에 꽂아두고 오랜 세월 읽으라고도 했다. 이어 안경원을 가도 다 동그란 안경만 있는, '한국은 지옥'이라며 자신은 독일 사람이라고 독일 여권을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강연을 기획한 문학과지성사는 17일 사과문에서 "강연자가 청중에게 무례한 발언을 해 많은 분이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꼈을 것 같다. 강연회는 강연자의 제안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사과했다. 20일 독일로 출국한 한병철 교수에게 국제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김현주 문학과지성사 편집장은 "저자가 강연 전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