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다양성 인정하는 정책 늘어야"

"공화당 소속의 한 의원이 저더러 '프랑스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이라고 비아냥거린 적이 있습니다. 태생이 한국인이니 프랑스인이 될 수 없다고 한 거죠. 그는 당의 제재를 받았지만 저는 큰 내상을 입었습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장 뱅상 플라세(49·권오복·사진)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이 정치인이 되고 겪었던 '서글픈 경험'을 회고했다. 2011년 입양인 출신으로 프랑스 첫 상원의원이 됐고 올랑드 정부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행정을 효율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업무를 '한국처럼 빨리빨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플라세의 자서전 '뿌르꾸아 빠 무아!(내가 못 할 이유는 없지!)'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20일 한국 프랑코포니축제 개막식과 한·불 전자정부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유럽의 극우화와 반(反)이민 정서에 우려를 표했다.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1위인 국민전선(FN)의 르펜 후보는 반이민, 반세계화, 반이슬람 공약을 내세웠다. "프랑스에선 '르펜화'라는 표현까지 생길 정도로 극우 사상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가치가 '관용'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지난 1년 새 벌써 네 번째 방한이지만 2011년 입양 후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기 전까진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계속 거부해왔다"고 했다. 어린 시절엔 양부모가 자신을 한국으로 되돌려 보낼까 봐 한국말을 배우는 것조차 꺼렸다. 딸 마틸드의 출생이 한국과 화해하는 계기가 됐다. 돌 때는 한복을 입혔고 올 9월부터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 강좌를 함께 들을 예정이란다. 장관에서 물러난 뒤 계획을 묻자 "내년엔 세 살배기 딸과 한국을 방문해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며 애정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BBC 인터뷰 중 방송 사고로 스타가 된 부산대 켈리 교수 가족도 언급했다. 일부 네티즌이 방송 중 난입한 아이들을 끌고나간 엄마를 유모로 착각해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그는 "처음 그 영상을 봤을 때 당연히 켈리 교수의 아내라고 생각했다"면서 의아해했다. "저 역시 다문화 가정으로서 차별을 경험해봤지만 대부분은 '아시아인은 똑똑하고 성실하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인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해준 가정과 학교에 감사하다"는 그에게 한국의 다문화 가정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프랑스에선 가족 형태와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요. 저출산 문제와 다문화 가정 차별 등의 문제를 겪는 한국에서도 다양성이라는 가치에 입각한 정책이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