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디션은 소년·소녀時代

"어린 친구들은 경험이 없어서 회를 거듭할수록 실력이 탄로 난다. 무대가 커질수록, 관객이 많을수록 긴장하고 실수한다. '보이프렌드'는 단 한 번도 가사를 틀리거나 박자가 나간 적이 없다. '얘네들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갈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능성 많은 친구들이다."(양현석)

지난 5일 방송된 SBS 'K팝스타 시즌6 더 라스트 찬스'(이하 K팝스타6) 톱8 경연. 크리스 브라운의 '턴 업 더 뮤직'을 선곡한 '보이프렌드'는 빼어난 노래와 랩, 안무 실력을 뽐내며 심사위원 전원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멤버인 김종섭·박현진군은 2005년생 열두 살 동갑내기다. "무대에서 가장 신나게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 골랐어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소년·소녀시대'를 맞았다. 참가자는 갈수록 어려지는 추세. 2012년 'K팝스타1'에서 톱8 중 미성년자는 3명에 불과했지만, 'K팝스타6'에선 5팀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들의 평균 연령도 18.8세로, 1994년생 스물세 살 전민주가 '쑥스러운' 최고 연장자다. 연습생 혹은 소속사 없는 연예인 지망생이 대상이었던 '프로듀스 101'(Mnet)의 트레이드 마크는 '교복'이었다. '고등래퍼'(Mnet)처럼 애초 참가 대상을 고교생으로 한정 짓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참가자 고갈로 연령대 낮아져

2009년 '슈퍼스타K'(Mnet)가 포문을 연 후 '위대한 탄생'(MBC) '보이스 코리아'(Mnet) 'K팝스타'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될성부른 나무'의 씨앗이 말랐다. 한 번 출연했던 참가자가 몇 년 후 다른 방송에 출연하는 일도 발생했다. 결국 신예를 발굴하기 위해선 참가자가 더 어려져야 했던 셈. 또 마지막에는 기획사와 계약해야 하는 구조라 '유망주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어린 참가자가 선호되는 경향도 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미미한 존재가 장애물을 거쳐 영웅이 되는 '성장 서사'를 따른다. 에어컨 수리공에서 경연대회 우승자로 거듭난 허각(2010년 슈퍼스타K2 우승)이 대표적. 오랜 연습생 생활을 거쳤거나 꿈을 좇아 서울로 상경한 청소년들이 교복을 입고 '픽미(pick me)'라 외치는 '프로듀스 101'의 콘셉트가 대중에게 먹혀들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학교 현장 분위기도 적극적. 고등학교 교사인 이주영씨는 "연예인을 동경하는 학생이 많고, 그 꿈을 이룰 기회도 많아지다 보니 학교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참가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없던 행동'에 구설 오르기도

미성년(未成年)이라는 단어엔 단순히 나이뿐만 아니라 아직 제 행동을 책임질 만큼 성숙하지 않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고등래퍼'는 장제원 의원의 아들인 장용준이 과거 소셜네트워크에 성매매 관련 글을 올렸던 전력이 드러나면서 홍역을 치렀다. 다음 달 7일부터 방송되는 '프로듀스 101 시즌2'는 방영 전부터 한 참가자가 초등학교 시절 친구를 괴롭혔던 행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져 자진 하차했다.

청소년을 상업적인 대상으로 전락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미만을 목적으로 한 '악의적 편집' 등 이들의 '앞날'을 망치는 일도 발생한다는 것. 한 지상파 PD는 "성장기에 놓인 아이들이 가혹한 훈련과 생존 경쟁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상처받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