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기타리스트 이진주

"10년 전 영어 한마디도 못했던 제가 미국으로 혼자 건너갔어요. 외롭고 힘들고 고향에 돌아가고 싶을 적마다 상상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지금 이 순간이죠."

미국의 4인조 인기 혼성 팝 그룹인 DNCE의 첫 내한 공연이 열린 22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 이 그룹의 '홍일점' 멤버이자 기타리스트인 이진주(30)씨가 공연 후반부 팬들에게 이런 소감을 말하자 객석에선 "울지 마!"라고 연호했다. 이날 공연 2000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씨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못했고 영어도 서툴러 우리나라에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고국의 무대에 서는 순간을 꿈꿨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 중반까지 이씨는 춤을 추면서 기타를 연주하고 재기 발랄한 모습을 보였지만, 막상 마이크를 잡은 뒤에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말을 멈추고 선글라스를 여러 번 매만졌다.

이씨는 인천에서 태어나 12세 때 독학으로 기타를 공부한 뒤 1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로스앤젤레스의 실용음악학교인 MI(Musicians Institute) 재학 중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가수의 공연 무대에 오를 연주자를 뽑는 오디션에 합격하며 연주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미국의 인기 형제 그룹 '조너스 브러더스'의 무대에서도 기타를 연주했다. 당시 공연이 인연이 되어 '조너스 브러더스' 출신의 조 조너스(28)가 2015년 DNCE를 결성할 때 밴드에 합류했다. '드림 시어터'의 존 명(베이스)이나 '링킨 파크'의 조 한(DJ)처럼 미국 유명 밴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음악인은 적지 않았지만, 미국 인기 팝 그룹에서 활동하는 한국 국적의 연주자는 드문 경우다.

'댄스(dance)'에서 A라는 글자 하나가 빠진 그룹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들은 펑키(funky)한 로큰롤에 기반하면서도 디스코와 유로 댄스 같은 춤곡을 받아들여 톡톡 튀고 흥겨운 음악을 선사했다. 영화 '스타워즈'의 유명한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장난감 광선 검을 들고 무대로 등장한 이들은 빌보드 차트 9위에 오른 히트곡 '케이크 바이 디 오션(Cake by the Ocean)' 등을 불렀다.

조 조너스는 대형 장난감 총을 들고 나와서 속옷을 '깜짝 선물'로 객석에 쏘아 보냈고, 공연 말미에는 멤버들의 얼굴이 그려진 가짜 지폐를 대형 선풍기로 객석에 날리는 등 100여분간 흥겨운 파티 분위기를 연출했다. 관객들은 후렴은 물론 주요 가사를 따라 부르는 '떼창'으로 화답했다. 10년 만의 금의환향이 된 이날 공연에서 이씨는 관객들에게 딱 한 가지를 부탁했다. "짝짝짝짝짝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