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걷던 길 찾아온 밤… 홀로 눈을 감아봅니다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

박세미 외 지음｜제철소｜163쪽｜5000원

그놈의 사랑. 2014년 등단한 박세미(30) 시인은 이렇게 쓴다. "내게 가장 재수없는 일은/ 당신이 내 이름을 계속 부르는 것일까/ 당신이 내 이름을 한 번도 부르지 않는 것일까."(뜻밖의 먼) 역시 그해 등단한 안태운(31) 시인은 또 이렇게 썼다. "너무 멀어져 버렸다고 그러니 나를 흘러가라고 말합니다 너는 의아한 표정으로 내가 잠들어 있다고 말합니다."(연안으로)

연애인을 위한 시집 한 권이 당도했다. 부제가 '연애에 관한 여덟 가지 시선'. 2013년 이후 등단한 20~30대 시인 8명이 각자의 연애론을 48편의 시로 풀어냈다. 이 프로젝트의 최연장자, 2013년 등단한 황유원(35) 시인은 '여는 글'을 통해 "시인들은 가장 내밀하고 고유한 문법을 지닌 사람들"이라며 "그런 이들의 시를 읽는 것만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연습해보기 좋은 장도 드물 터"라고 자신했다. 과연?

2015년 등단한 홍지호(27) 시인의 '어둠과 정원에서'는 "혼자 걸어왔지만 둘이 걷던 길을 혼자 걸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고백으로 시작한다. 밤이 온다. 배경이 사건을 지배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이것은 이별일 수도 있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는다는 것은 사건을 믿는다는 것이다. 일어날 사건 역시 믿는다는 것이다/…/당신이 옆에 있었다면 절대 눈을 감지 않았을 것이다." 흠….

이른바 정통 서정시를 쓰는 시인들이 아니다 보니 맥락의 비약과 표현의 이질이 연애와 소통의 불가능성을 더 심화하는 효과를 낳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사람을 아끼는 일이 언어를 사랑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