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 퍼준 '사랑의 설렁탕' 3만 그릇

"시어머니 연배의 어르신들이 굶는 걸 두고 볼 수 없었어요."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에서 설렁탕집 '문화옥'은 맛집으로 유명하다.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가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으로 꼽았고, 2015년엔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문화옥이 유명한 이유는 또 있다. 매달 마지막 날이 되면 가게 주인 이순자(77·사진)씨가 독거노인들을 초대해 설렁탕 100그릇을 대접한다. 1990년 시작해 27년간 대접한 설렁탕은 총 3만2000여 그릇. 요즘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3억원(한 그릇 9000원 기준)에 달한다.

1969년부터 주방에서 시어머니에게 고기 손질, 국물 내는 법을 배운 이씨는 1987년 시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3년 뒤 부녀회 활동으로 경로당에 들렀다. 그때 노인들이 점심 한 끼도 제대로 못 하는 것을 알고 시어머니 모시는 심정으로 설렁탕 봉사를 시작했다.

이씨는 10여 년 전까지 직접 떡을 만들어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에게 돌리고, 남산의 한 보육원 아이들을 불러 합동 생일파티도 열어줬다. 이씨는 2004년 딸 김성원(48)씨에게 문화옥 운영을 넘겼지만 '설렁탕 봉사'는 계속하고 있다. 이씨는 "우리 가게 음식을 먹고 여러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