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버무린 나눔 강연 들어보실라우~?

"나눔을 권하면서 무슨 얘기 하냐고요? '귀곡산장'에서 할머니 분장 했던 영상도 틀고, '망태 망태 망망태~' 노래도 불러요. 일단 웃음으로 긴장을 풀어야 제 얘기에 집중하거든요. 제 강연 재미있습니다. 전날 밤새우지 않은 이상 들으면서 조는 사람은 없죠."

개그맨 이홍렬(62)이 2007년부터 재능 기부로 시작한 나눔 강연 '펀 도네이션(Fun Donation)'이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그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총 106회 1만9000여 명에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사연을 들려주고 나눔 방법을 전했다.

그는 "아무리 아이들 사정이 딱해도 수치와 통계 얘기하면 지루해지기 쉽다"며 "재밌는 이야기로 몰아치다가 끝자락에 딱 두 가지 메시지만 전한다"고 말했다. "하나는 내 자식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적은 금액이라도 개인 후원이 절실하다는 점이에요." 경기가 안 좋아지면 후원을 끊어버리는 기업과 달리 개인 후원자는 "내가 어려워도 이 아이는 안고 가겠다"며 월 2만~3만원 기부를 꾸준히 이어간다고 한다.

강의 중에 그가 꼭 청중에게 묻는 말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뭐죠?" 그러면 남편, 돈, 사람…, 다양한 답이 나온다. 그가 생각하는 정답은 '가난'이다.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배급소에서 밀가루를 받아온 기억을 지니고 산다. "할머니에게 '우리가 거지냐'며 대들었어요. 쌀이 없어서 바가지로 쌀독 긁을 때 들리던 드윽드윽 소리가 잊히질 않아요."

이씨의 어린이 후원은 1986년 소년소녀 가장 돕기 행사 진행을 맡고 나서 받은 수고비 10만원으로 두 아이를 도우며 시작됐다. "나도 어렵게 자랐는데 행사했다고 수고비 챙길 수가 없더군요." 1998년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2012년엔 모든 방송 스케줄을 중단하고 국토 종단 캠페인에 나섰다. 한 달 동안 부산~대구~청주~평택을 거쳐 인천까지 610㎞를 걸으며 기부금 3억원을 모았다. 그 돈으로 자전거 2600대를 사서 내전과 가난으로 찢긴 남수단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돌아왔다. 그는 "내가 1호를 끊었으니 누군가 나서서 2호, 3호 이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홍렬 쇼'로 한창 바쁠 때 시작한 나눔은 그에게 '정신적 노후 대책'이 됐다. "'요즘 방송에 왜 안 나오느냐'는 말에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 상담을 받은 적도 있어요. 제가 싫어서 안 나가겠어요. 젊은 사람 위주로 흘러가는 방송에서 어쩔 수 없이 멀어지는 나이가 된 거죠. 방송에서 설 자리가 줄어드는데 이 무대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고독했을까 싶어요. 대부분 은퇴 후 물질적인 노후 대책만 걱정하는데 정신적으로 의지할 데도 있어야 해요. '내 재능 기부로 후원자가 5000명이나 늘었구나' '나눔 강연 100회를 달성했구나!' 생각하면 에너지가 솟죠."

"나눔으로 인생이 풍요로워질 줄 몰랐다"고 엄숙히 말하다가도 "젊었을 때 일단 발 하나만 걸쳐놓으라"고 재치 있게 조언할 땐 영락없는 개그맨이다. "한 달에 1만원, 2만원만 하면 돼요. 돈 좀 더 벌면 살~짝 올리고. 잊고 살다가 은퇴 후에 심심해지면 봉사나 재능 기부의 길을 찾아봐도 좋아요."

요즘엔 '즐겁게 사는 법'을 강의하느라 바쁘다. "이젠 강사가 본업이 됐어요. 즐겁게 사는 거? 별게 아니에요. 남을 행복하게 하면 나도 행복해져요. 남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고 하잖아요. 향수를 뿌리면서 나한테도 몇 방울 묻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