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올리는데 원화 강세… 왜?

28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0.2원 오른 1113.0원에 마감했다. 전날 환율이 10원 가까이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회복세가 미미했다.

이번 주 환율 하락세(원화 강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 시각) 자신이 추진하던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의 하원 표결을 전격 철회한 영향이 컸다. 강력한 경기 부양을 추진하는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트럼프케어 철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이번 달 미국이 금리를 올렸고, 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미 오래전부터 높게 점쳐졌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올해 계속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에만 100원 가까이 하락했다(-7.8%).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세계 각국에 풀린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달러가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보인다는 상식에 반(反)하는 결과가 지속되는 셈이다. 환율은 왜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신흥국 통화인 원화, 주요 선진국 통화처럼 움직이지 않아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식에 맞지 않게 움직이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 화폐인 원화가 신흥국 통화이기 때문이다. 원화 자산은 변동성이 큰 신흥국 통화여서, 국가 간 금리 차이가 발생하더라도 투자자산을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경제가 안정적인 선진국 간에는 금리 차이로 인해 돈이 움직일 때, 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과 선진국 간에는 금리 차이만으로 돈이 움직이기에는 고려해야 할 리스크(위험)가 많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북한 핵실험 등 다양한 외부 요인에 따라서 환율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에 금리 경쟁력이 있다고 해서 섣불리 투자자산을 원화로 '대체'하지 않는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국가 간 환율과 국채 2년물 금리 차와의 상관관계를 보면, 원·달러 환율과 한·미 간 금리 차는 엔화·유로화의 경우와 달리 거의 무관한 결과가 도출된다"며 "따라서 국내 투자자는 한·미 간 금리 차를 의식해서 투자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유럽 지역 테러나 북한 핵실험과 같은 글로벌 돌발 변수나 경제지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하락세 원인은 한·미 간 금리 차가 아니라,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를 높이면서 신흥국 통화인 원화의 매력도가 올라가고 있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 1100원 선 붕괴 가능성 열어둬야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하락세를 유지하며, 조만간 1100원 선까지 뚫고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음 달 중순 "원화가 저평가돼 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라는 것이 원화 강세를 예상하는 주된 이유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월 환율보고서 결과가 외환시장에 미리 반영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서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원화 강세)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4월까지 원·달러 환율은 1090~1130원대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국내 증시에 호재일 수 있다. 환(換)차익을 기대하는 외국인의 투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해외 투자를 계획 중인 국내 투자자는 환차손 위험이 커지는 것이기도 하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팀장은 "국내의 해외 투자자들은 헤지(hedge·위험 분산) 비용을 들여서라도 환노출 정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