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자리 내던진 70세 엔지니어 "내 敵은 고정관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고 생각하면 즐겁고 열정이 생겨요."

올해 나이 일흔인 제임스 다이슨 다이슨 창업자에게 여전히 현역 엔지니어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비법을 물었다. 답은 단순했다. 그는 전화 인터뷰가 이뤄진 지난 23일 오전 8시 30분(현지 시각)에 영국 남부 윌트셔 주에 있는 다이슨 본사에 막 출근해 있었다. 수석 엔지니어로서 매일 아침 본사 연구소로 출근해 오후 6시쯤 퇴근한다고 했다. 그는 기술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2012년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운영을 맡겼다. 요즘은 AI(인공지능)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생활가전에 적용시키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창업한 다이슨은 지난해 매출 25억파운드(약 3조6250억원)에 영업이익 6억3100만파운드(약 9150억원)를 기록했다고 지난 27일 공식 발표했다. 1993년 창업 이래 매출·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다. 최근 2년 사이 글로벌 직원 수는 5227명에서 8500명으로, 글로벌 제품 판매량은 800만대에서 1300만대로 늘었다.

고속 성장 비결은 창의적인 기술력과 독특한 디자인이 결합한 신제품이었다. '영국의 애플'로 불리는 다이슨은 창업 이래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같은 제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출시한 초음속 헤어드라이어로 또 한 번 대박을 쳤다. 가격이 무려 55만원이 넘는데도 출시 6개월 만에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다이슨 창업자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엎는 기술과 디자인을 만들어 내느라 직원들과 고생을 했다"며 "작년 출시한 신제품이 좋은 성과를 내 기쁘다"고 말했다.

다이슨의 헤어드라이어는 망치처럼 생긴 헤드 부분이 없다. 대신 1분당 11만번 회전하는 500원짜리 크기의 초고속 모터가 손잡이에 들어가고 본체에 구멍을 뚫었다. 초당 13L에 이르는 풍량(風量)을 만들어 낸다. '가볍고, 조용하고, 뜨겁지 않은' 헤어드라이어의 비결이다. 이 독보적인 소형 모터 기술 덕분에 모방 제품도 나오지 않고 있다. 다이슨은 이 제품 연구비만 5000만파운드(약 690억원)를 썼다. 다이슨 창업자는 "4년 동안 엔지니어 103명이 총 1625㎞ 길이의 머리카락을 테스트해가며 매달렸다"고 말했다.

'엔지니어 퍼스트'를 고집하는 그는 매주 700만파운드(약 98억원) 이상 연구개발비를 쓰는 규칙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싱가포르에 AI 기술센터를 열었고, 영국 본사 연구디자인개발(RDD)센터를 15억파운드(약 2조1000억원) 들여 확장하고 있다. 또 고급 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해 '다이슨 기술학교(Dyson Institute of Technology)'를 본사 연구개발(R&D) 캠퍼스 안에 세웠다. 오는 9월 개교하는 이곳은 다이슨 엔지니어 3000명의 실무 경험이 농축된 교육 기관으로 일하면서 공학사 학위를 딸 수 있다. 이 기술학교에만 앞으로 5년간 1500만파운드가 더 들어간다.

그는 "기계에서 출발한 다이슨은 이제 AI와 머신러닝, 영상시스템 등 엄청나게 넓은 범위의 공학을 다루는 회사로 성장했다"면서 "뛰어난 엔지니어를 찾기 힘들어 연간 45주씩 4년 동안 교육받으며 일도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대학을 직접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머잖아 AI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우리가 생산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 필요해집니다. 지금 로봇 개발에도 열중하고 있는데, 기계가 직접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대가 곧 열릴 겁니다. 그 시대를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에 필요한 자질은 뭘까. 그는 "열정, 호기심, 용기, 끈기. 이게 창의적인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