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만으론 빠듯… 주식 투자 늘리는 6070

회사원 김모(40)씨는 최근 집에서 주식 투자서를 들춰보는 아버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재테크라곤 은행 예·적금밖에 모르고 살아왔던 아버지가 갑자기 주식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노후에 주식 투자는 건강에도 안 좋고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부부 생활비 정도만 벌 테니 걱정 말라'며 듣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저금리 속에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은퇴가 본격화한 가운데 길어진 노후를 걱정하면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은퇴자들이 늘고 있다. 퇴직금만 갖고선 생활이 빠듯하지 않을까 하는 초조한 마음에 주식과 같은 고수익·고위험 자산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반면 고용 불안으로 여윳돈 마련이 쉽지 않은 20대 청춘은 주식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이탈하고 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주식 투자로 돈 벌기 어렵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강해졌다"면서 "그나마 과거 주식으로 대박 경험을 했던 투자자들은 시간이 흘러도 시장에 남아 있지만 젊은 층은 아예 시장 진입조차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름살 늘어가는 주식시장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은퇴 세대인 60세 이상 주주 비율은 전년 대비 7.5%포인트 늘어났지만 20대 주주들은 4.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개인 주주 비율은 19.3%로, 개인 주주 5명당 1명꼴이었다.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는 "현재 60세 이상 은퇴 계층은 고성장 시대를 살아오면서 자산 축적을 어느 정도 해둔 경우가 많다"면서 "다만 저금리·고령화 시대에는 모아둔 돈만 갖고서 버티기 어려우니 주식 같은 적극적인 자산 운용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보다 앞서 저금리·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에서도 고령자들이 외환거래(FX) 같은 위험 자산 투자에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이 상무는 덧붙였다.

반면 20대 주주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9%에 그쳤다. 지난 2015년 9.7%에 달했던 비율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증권가에선 청년층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는 이유로 부족한 여유 자금을 꼽는다. 주머니가 얇은데 주식 투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오랜 박스권 장세에서 고수익을 냈던 경험이 미미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황성민 삼성운용 부장은 "고령층은 지난 2004~2007년 코스피가 720에서 2100까지 뛰는 대세 상승장을 경험했지만, 지금의 20대는 그런 상승장을 겪어보지 못해 주식이란 자산이 매력적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퇴 세대, 돈 날리면 치명타

20대 청춘은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가 원금을 까먹어도 만회할 시간이 충분하다. 반면 은퇴 세대인 경우엔 한 번 실패하면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 서윤석 전 IBK연금보험 퇴직연금연구소장은 "나이가 들수록 주식 같은 위험 자산은 줄여야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저금리에 플러스알파 수익을 올릴 만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것도 현실"이라며 "어쩔 수 없이 주식에 투자한다면 반드시 여윳돈으로 하고, 전체 자금의 20~30%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방법을 권한다"고 말했다.

테마주와 같은 단타 매매는 피하고, 고배당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담으면 좀 더 안정적인 자산 운용도 가능하다. 또 병원비처럼 급전이 필요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월 생활비의 3개월치에 해당하는 여윳돈은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확보해 두고 있어야 한다.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인터넷에는 상한가 칠 주식을 골라준다는 각종 업체가 많지만 대부분은 거짓말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노후엔 비상장 주식처럼 현금화가 어려운 투자도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