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절벽… 일본·대만·동남아 관광객 몰려오기 시작

대만 보험회사 삼상미방생명(三商美邦人壽)의 포상(Incentives) 관광단 3000여명이 15일부터 한국을 찾는다. 대만 단체 관광단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이들은 다음 달 중순까지 100여명씩 서울 명동과 남이섬, 에버랜드 등 수도권 일대 관광지를 5박 6일 일정으로 둘러본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인도네시아 화장품 판매사인 MCI 포상 관광단 1154명이 입국했다. 인도네시아 역대 최대 규모였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유커(遊客·중국 관광객) 절벽'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최근 국내 여행업계는 동남아와 일본, 중동 등의 관광객을 집중 공략하면서 '연착륙(soft landing)'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은 371만9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했다. 중국 관광객이 9% 감소했지만, 다른 지역에서 14%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본 관광객이 61만4000명으로 작년보다 21% 늘면서 성장세를 견인했고, 동남아·중동 관광객은 61만7000명으로 12% 증가했다. 또 홍콩·대만·마카오·몽골 관광객은 39만4000명으로 13% 늘었다. 관광업계에서는 "당장은 중국 관광객 감소로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이번 기회를 중국 시장만 바라보는 '천수답(天水畓)식' 관광산업 체질을 확 바꾸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비자 입국·현지 박람회… 동남아·일본 구애 작전 본격화

정부는 최근 동남아 단체 관광객에 대해 전자비자를 발급하고, 제주행 환승 단체 관광객에게 15일간 무(無)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전자비자란 5명 이상 단체 관광객에 대해 현지 한국 공관을 방문하는 대신 여행사를 통해 온라인으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전까지 전자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에게만 허용했는데 이번에 동남아 관광객 공략의 일환으로 확대한 것이다.

그동안 중국을 집중 겨냥했던 현지 모객(募客) 행사도 대상을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달 중 '인투 드라마틱 코리아(Into Dramatic Korea)'를 주제로 박보영·박형식 등 인기 연기자와 함께하는 토크쇼, 한류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 수학여행 상품도 알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베트남과 인도는 물론이고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등에서도 관광 박람회를 추진 중이다. 한국을 알리는 해외 광고도 대대적으로 벌인다. 문체부 관계자는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주제로 어드벤처와 로맨스, 액션 등 다양한 영화 장르를 차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매력이 높은 중동 부호 등 VVIP를 대상으로 전세기를 활용한 의료 관광 상품 개발도 준비 중이다.

호텔·면세점 등 유통업계도 전략 시장 다변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70% 이상이었던 롯데면세점은 최근 롯데호텔 등과 함께 일본 도쿄·오사카에서 '한국 여행 상품 박람회'를 열었다.

◇정부, 동남아·중동 관광객 인프라 확충 본격화

동남아·중동 관광객을 위한 관광 인프라 부족은 시급히 해결할 과제다. 특히 최근 글로벌 관광 시장의 새로운 타깃으로 급부상한 무슬림을 위한 관광 인프라는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해 방한 무슬림 관광객은 98만명으로 최근 5년 새 갑절로 늘었다. 이 때문에 관광공사는 할랄 공식 인증 식당, 무슬림 프렌들리 식당, '포크 프리(pork free·돼지고기 안 씀)' 등으로 나눠 인증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도 올해 안에 40여개를 신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리돼 무슬림들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뜻한다. 정부는 '할랄 도축장' 건립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 오는 관광객들의 관점에서 현지어 메뉴판을 만들고 편의 시설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