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코너] 벚꽃 덜 폈는데… 축제 밀어붙인 지자체

"벚꽃 축제가 아니라 벚나무 축제네."

토요일인 지난 8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호수 둘레길. 꽃 구경을 나온 시민들은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은 과천시가 서울대공원·서울랜드 등 5개 기관과 함께 개최한 '벚꽃 엔딩축제'의 첫날이었다. 하지만 호수 둘레를 감싼 2000여 그루의 벚나무에는 꽃망울(피지 않은 어린 꽃봉오리)만 가득할 뿐 활짝 핀 벚꽃은 거의 없었다. 서울에서 가족 나들이를 왔다는 김성훈(38)씨는 "사람이 너무 많아 주차하는데만 2시간 걸렸는데 정작 꽃 한 송이 못 봤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 벚꽃은 다음 날인 9일에야 30%쯤 개화(開花)했다.

최근 여러 지자체가 주최하는 벚꽃 축제들이 개화 시기를 맞추지 못해 '벚꽃 없는 벚꽃 축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의 벚꽃놀이 명소인 여의도 윤중로 벚꽃 축제는 꽃이 피기도 전인 지난 1일부터 시작돼 9일 끝났다. 하지만 윤중로의 벚꽃은 축제 5일 만인 6일 피기 시작했고, 행사 마지막 날인 9일에도 만개(滿開)하지 못했다. 지난 4일 윤중로를 찾은 대학생 윤모(27)씨는 "중간고사 준비를 하다 기분 전환하러 나왔는데, 꽃은 못 보고 밋밋한 나뭇가지만 잔뜩 보고 왔다"고 말했다.

벚꽃이 피기도 전에 축제가 열리는 것은 벚꽃이 개화부터 낙화(落花)까지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데다 정확한 개화 시기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잠실 석촌호수 벚꽃 축제를 주최한 송파구청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행사를 준비했는데 개화 시기는 3월에야 최종 확인됐다"며 "민간 업체들까지 참여하는 축제 일정을 몇주 전에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개화 시기에 대한 예측이 부정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청은 지난해 봄꽃 개화 시점 발표 권한을 민간 예보 업체들에 넘겼다. 이 민간 업체들은 올해 서울 벚꽃 개화 시점을 6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는 올해 예보보다 먼저 축제를 시작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벚꽃이 4월 6일 개화할 거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2일 개화했다"며 "온난화로 매년 개화 시기가 앞당겨졌기 때문에 올해는 1일부터 축제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