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송금 수수료 2000원… 아들은 '0원'

월세 보증금이 모자라 카드론으로 200만원 정도를 빌렸던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얼마 전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카드론보다 낮은 금리로 신용 대출을 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휴대폰으로 앱(응용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간편 소액 대출 신청을 한 결과 15분 만에 카드론 대출 금리인 연 15.6%보다 훨씬 저렴한 연 5.5%에 대출 승인을 받았다. 정씨는 월세 등을 이체할 때 간편 송금 앱 '토스'를 써서 수수료는 거의 내지 않고, 자동차 보험은 설계사를 통하는 것보다 약 18%가 싼 온라인 다이렉트 보험을 이용한다.

60대 은퇴자인 김모씨는 거주하는 오피스텔 관리비를 낼 때마다 은행을 찾아 계좌 이체를 한다. 주로 쓰는 계좌와 오피스텔 관리 업체의 주거래 은행이 달라서 금액에 따라 500~2000원 정도 이체 수수료를 낸다. 자동차 보험은 전부터 알던 설계사에게 알아서 갱신하라고 하고 돈은 청구하는 만큼 입금한다.

지난 3일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문을 연 지 사흘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넘어서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을 얻고 있다.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금융을 이용할 방법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휴대폰·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은 더 많은 돈을 내고 금융 서비스를 써야 하는 금융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란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따라 습득하는 정보량의 격차가 커지고, 이런 차이가 사회적·경제적 간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온라인·오프라인 금융 격차 확대

케이뱅크 같은 모바일·인터넷 금융 서비스는 은행 지점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는 간편함과 지점 직원 채용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 이를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예금 금리는 더 높고, 대출 금리는 낮으면서, 이체·환전 등에 들어가는 수수료도 깎아준다.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는 소비자들은 이런 서비스를 찾아서 돈을 아끼고 있지만, 오프라인에만 익숙한 이들은 여전히 전과 다름없는 비용을 내면서 디지털 익숙도에 따른 금융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보통 한국인'의 금융 생활을 토대로 디지털과 오프라인 금융을 이용했을 때의 차이를 분석했더니 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연 2.0%를 주는 케이뱅크 예금에 3000만원(통계청 조사 결과 예금을 하는 사람의 평균 예금액)을 예치할 경우 매년 60만원을 이자로 받지만, 지점에서 예금에 가입하면(평균 금리 연 1.44%) 43만2000원만 받아간다. 이런 차이가 5년 동안 축적되면 받아가는 이자 차이가 84만원(16만8000원×5년)으로 커진다. 신용등급 4~7등급(신용등급은 보통 10등급까지 있으며 숫자가 작을수록 신용도가 높다는 뜻)이 받아가는 중신용자 대출 금리도 온·오프라인 차이가 크다. 저축은행 등에서 신용등급 4등급에 적용하는 평균 대출 금리는 연 10.14%(KCB 분석)이지만 케이뱅크 최저 금리는 연 4.14~8.94% 수준이다. 저축은행 대신 인터넷은행에서 1500만원을 빌릴 경우 최저 금리 4.14%를 적용받으면 한 해 대출 이자를 90만원, 가장 높은 금리(8.94%)가 부과돼도 18만원은 아낄 수 있다.

◇"격차 줄이는 보완 대책 필요"

예금·대출뿐 아니라 거의 모든 금융 영역에서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은 나타나는 중이다. 은행들은 지점에서 타행 계좌 이체를 할 때 건당 이체 수수료를 500~2000원 정도 받는다. '토스' 같은 핀테크 앱이나 인터넷 은행의 '퀵 송금' 같은 모바일 간편 송금은 일정 금액(토스는 월 500만원)까지 수수료가 '0원'이다. 지점만 이용하는 사람이 매월 4번 정도 이체를 한다면, 1년에 2만4000(수수료 500원 기준)~9만6000원(2000원)을 모바일 앱 이용자보다 더 써야 한다. 모바일 환전, 인터넷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 같은 '온라인 전용' 금융을 못 쓰고 은행 창구나 설계사에 의존하는 소비자도 비교적 많은 수수료·보험료를 내는 상황이다.

금융 디지털화의 혜택을 못 받는 이들 중엔 고령층과 저학력자가 비교적 많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모바일뱅킹 이용 현황을 보면 30대의 62.1%가 모바일 뱅킹을 쓰는 반면 60대 이상은 이 비율이 13.7%에 그쳤다. 대졸 학력자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56.5%, 고졸은 37.7%로 학력별 차이도 컸다.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지점을 계속 줄이는 현실(2015년 말 은행 지점 7278개→2016년 7103개)을 감안하면 오프라인 금융만 쓰는 이들의 불편은 더 커질 수 있다. 은행 지점이 멀어진다면 그 지점을 찾아가기 위해 교통비를 더 쓰거나 주거래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 지점을 이용하며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은행 창구 거래에만 익숙한 이들이 디지털 금융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므로 편의점 등 다른 시장 참여자들과 협력해 오프라인 채널을 보완하는 식으로 금융 디지털 디바이드를 줄이는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