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조서 우승… 목표 이룬 '이정은 6호'

큰 상을 받고도 쑥스러울 때가 있는데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신인왕에 오른 이정은(21·사진)이 그랬다. 데뷔 첫해에만 받을 수 있는 값진 상이었지만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상을 받으니 아쉬움도 컸다. 이정은은 지난해 출전한 28개 대회에서 한 차례도 챔피언조에서 마지막 날 경기를 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세운 올 시즌 목표가 "챔피언조에 들어가는 것, 우승하는 것 등 두 가지"였다.

이런 이정은의 KLPGA 등록명은 '이정은 6(식스)'로, 통산 5승을 거두고 미 LPGA투어에 진출한 '이정은 5(파이브)'와는 동명이인이다. 동료 골퍼들은 이름보다 "식스야"라고 더 자주 부른다.

9일 제주 롯데스카이힐 제주골프장(파72)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 오픈에서 이정은은 두 가지 목표를 한 번에 이뤘다. 이정은은 사흘간 한 차례도 선두를 놓치지 않으며 최종 합계 18언더파 198타로 2위 박성원을 4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폭우와 안개로 애초 4라운드 경기가 3라운드로 축소됐다. 이날 챔피언조에서 처음 경기한 이정은은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이는 등 전혀 위축되지 않는 경기 내용을 보였다. 이정은은 상금 1억2000만원과 함께 내년 미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권도 받았다.

이정은은 태국 동계 훈련 기간 쇼트게임을 갈고닦은 게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시간을 어프로치 연습장에서 거리별로 공을 쌓아두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 훈련을 했다고 한다.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공동 7위에 오르며 전지훈련 성과를 확인했다. 그는 "아버지가 지난해까지 휠체어를 타고 응원 오셨지만, 올해는 장애인 탁구 선수로 대회에 출전하셨다"며 "아쉽긴 하지만 아버지의 길이 있으시니까"라고 했다. 아버지는 이정은이 네 살 때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다쳤지만 대회장에서 휠체어를 타고 딸을 응원해왔다. 지난해 신인왕 경쟁을 했던 이소영이 3위(13언더파), 김효주와 김해림, 김자영이 공동 4위(10언더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