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잠자던 시유지 20만㎡' 임대주택·유치원 개발

서울시가 미개발 시유지(20만㎡)를 공공·수익 시설로 본격 개발한다. 시는 10일 "청년창업지원센터, 국공립 어린이집, 임대주택, 외국인 지원 시설 등 활용 가치가 높은 공공시설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존 민간 투자를 대체할 카드로 위탁 개발 사업을 들고 나온 것이 특징이다.

서울형 위탁 개발 방식 1호는 강서구 등촌동의 '어울림플라자'다. 옛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지(6683㎡)에 최고 8층짜리 오피스 빌딩과 복지 시설 등 2개 동(연면적 1만8000㎡)과 근린 생활 시설 등을 짓는 계획이다. SH공사가 사업을 맡아 2018년 착공,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앞서 조성 계획을 발표했던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마포대교~원효대교)의 여의정과 여의마루(4만800㎡), 남부도로사업소 부지(7970㎡), 서울혁신파크(1만5200㎡), 난곡사거리 및 금천경찰서 부지(1만6440㎡), 용두동 어린이집(1780㎡) 등 42곳의 사업도 차례로 추진한다. 시유지 전수조사와 진단·분석은 2018년까지 마칠 예정이다. 시의 공공 건축 사업 규모는 연간 5000억원 내외다.

공유 재산에 대한 위탁 개발 사업은 민간 투자 사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됐다. 민간 투자 사업은 도로·철도·공항·통신·문화시설 등 사회 기반 시설 분야에만 개발이 한정되고, 민간업자가 수익성을 포기할 수 없어 공공 서비스 이용 요금이 들썩이는 문제가 있었다.

대전복합청사, 대구시민회관, 동대문구 글로벌타워 등 위탁 개발이 도입된 후 10년간 시행된 사업 22건은 모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맡았다. 실적이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이었기 때문에 캠코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는 국유지와 일부 구유지에 적용됐던 위탁 개발 사업을 시유지에 처음 도입했다. 앞으로는 사회 기반 시설 외에 공공시설 개발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때 시가 위탁 기관이 되고, 공개경쟁을 통과한 공적 기관이 수탁 기관이 된다. 시는 수탁 기관 선정 기준을 실적이 아니라 사업 계획 중심(관련 점수 60%)으로 변경한다. 이에 따라 캠코와 더불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참여가 가능해졌다. 수탁 기관은 개발을 마치면 장기간(최장 30년)에 걸쳐 수수료 등을 받아 투자 자금을 충당한다. 지자체는 초기 예산 부담 없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공공시설을 마련할 수 있다. 그간 사업 시행 중 위험 부담은 지자체가 져 왔으나 위탁 개발을 하면 지자체와 공적 기관이 공동 개발 사업자로서 수익과 위험 부담을 분담하게 된다. 재원 조달 방식도 채권 발행·리츠(REITs, 부동산 투자신탁), 주택기금 활용 등으로 다양해져 안정적 자금 조달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위탁개발사업

위탁자(정부·지방자치단체)가 국공유지 개발·분양·임대 사업을 SH공사 등 공기업에 맡기고, 공기업은 투자·개발을 해서 소유권과 수익 전부를 위탁자에 넘긴다. 대신 공기업은 일정기간(최장 30년) 동안 위탁자에게서 관리 수수료(건물 재산가액의 0.5~1%)를 받아 개발 비용을 충당한다. 철도·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상업시설, 공동주택 등 용도에 관계없이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정부나 지자체가 소유권을 가지므로 급격하게 임대료나 이용료를 올릴 가능성도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