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중 상당수가 '바이오'… 제약社 새 먹거리 됐다

지난 7일 경북 안동에 있는 SK케미칼의 백신 공장. 네 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동시에 예방하는 백신 '스카이셀플루'의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백신의 원료인 바이러스 배양액 생산이 한창이었다. 먼지와 세균이 완전히 차단된 클린룸에서 청정복을 입은 직원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2만L 용량의 대형 배양 탱크에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바이러스가 자란 원액은 나중에 정제 과정을 거쳐 500만명분의 독감 백신으로 만들어진다. 이대현 SK케미칼 운영지원팀장은 "최근 백신 수요가 크게 늘면서 공장 인력을 풀가동해도 모자랄 판"이라며 "현재 170명인 생산 인력을 2020년엔 2배가 넘는 350명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제약업계의 중심축이 바이오로 이동하고 있다. 화학 합성 의약품 중심이었던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바이오 신약 개발과 백신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를 표방한 제약사들이 많아지면서 국내 제약사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제약협회도 올해부터 이름을 아예 '한국제약바이오협회'로 바꿨다. 현재 협회 소속 회원사 196곳 중 현재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54곳에 달한다. 3~4년 전만 해도 손꼽힐 정도였다.

◇상위 제약사의 바이오 변신 붐

한미약품은 10일 홈페이지에 현재 진행 중인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후보 23개 중 14개(61%)가 바이오 신약이라는 점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향후 제약업체의 승부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의약품은 사람 몸에 있던 생체 물질로 만들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합성 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합성 의약품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약 허가 건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글로벌 제약산업 시장 조사 기관인 이벨루에이트파마는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이 2015년 1790억달러(약 204조원)에서 2020년 2780억달러(약 317조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향후 20년 안에 합성 의약품 대부분이 바이오 의약품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케미칼은 사명(社名)에 화학이라는 뜻의 '케미칼'이 들어가지만 지금은 바이오 의약품으로 더 이름을 알리고 있다. 세계 최초로 네 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세포 배양 방식 독감 백신을 개발했고,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로 국내 바이오 신약으로는 처음으로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2014년 1700억원을 들여 완공한 안동 백신 공장은 국내 최대 백신 생산량(연 1억4000만명분)을 자랑한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4000억원을 들여 민간 바이오 기업 동부 팜한농을 인수했다. 현재 조성 중인 서울 마곡 첨단바이오연구단지에도 1273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에 줄기세포 치료제와 바이오 의약품을 연구하는 바이오센터를 오픈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전문 업체 디엠바이오를 통해 유럽과 일본에서 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DMB-3111의 임상3상 시험을 하고 있다.

◇바이오 전문가 영입 경쟁도 활발

바이오 의약품이 뜨면서 제약사들의 인력 확보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월 생명과학사업 본부장에 이례적으로 외부 출신인 손지웅 전 한미약품 부사장을 임명했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손 본부장은 한미약품에서 신약 개발을 주도한 바이오 전문가로 꼽힌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24일 주주총회에서 줄기세포 치료제 전문 업체 메디포스트의 양윤선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회사의 새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대해 조언해줄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은 바이오 분야에 진출하면서 국내 백신 1위 기업인 녹십자에서 김훈 백신개발본부장을 스카우트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재국 상무는 "새 성장 동력을 찾는 각 제약 기업들이 바이오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인식하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의약품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와 단백질 등 생체 물질을 원료로 만든 의약품. 인공 합성 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적으면서 치료 효과는 뛰어나다. 주사로만 투여가 가능하다.

☞합성 의약품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한 화학 의약품. 화학물질로 만들기 때문에 몸에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해열제로 쓰이는 아스피린이 인류 최초의 합성 의약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