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神을 찾아서

오는 16일은 부활절. 올해도 극장에 부활절 관객을 겨냥한 종교 영화들이 찾아왔다. 13일엔 성경 속 출애굽기 이야기를 다룬 브라질 영화 '십계: 구원의 길'이 개봉했다. 이집트의 박해를 피해 약속의 땅을 찾아가는 히브리 민족의 여정을 성경 그대로 읽어 주듯 풀어간다. 일반 관객이라면 새로운 해석도 별다른 잔기술도 없는 이야기 구조가 심심하겠지만, 신앙인을 위한 종교 영화로서는 오히려 강점. 수입사도 기독교계 언론 기자와 현장 목회자 대상으로 별도 시사회를 여는 등 '타깃 마케팅'을 확실히 하고 있다.

세실 데밀 감독이 찰턴 헤스턴 주연으로 만든 '십계'(1956)와는 무관하다. 틈새시장을 노리고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온 메가박스 극장 단독 개봉으로, 메가박스 극장에서는 지난 6일부터 18세기 남미의 예수회 선교사들 이야기를 담은 걸작 '미션'(1986·감독 롤랑 조페)도 상영 중이다.

20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오두막'도 눈에 띈다. 2012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던 옥타비아 스펜서와 여러 액션 영화에 주연급으로 출연했던 샘 워싱턴 출연작. 세계 46개국에 출간돼 2000만부 이상 팔린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어린 딸을 잃고 절망에 빠진 아버지가 의문의 여성 초대로 찾아간 오두막에서 신비 체험을 통과하며 희망을 얻는 이야기. 고난의 의미를 묻고 신의 목소리를 갈구하는 신앙인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소록도에서 43년간 사랑을 실천, 지난해 만해대상을 받은 두 오스트리아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마리안느와 마가렛'도 20일 개봉한다. 수도회 소속 평신도 봉사자였던 이들이 가난한 나라 한국의 고통받는 이들 곁에 찾아와 섬기며 살아갔던 이야기가 시인 이해인 수녀의 내레이션으로 담담히 펼쳐진다. CGV 극장 단독 개봉.

이 밖에 고교 여교사가 수업 중 성경 인용 발언으로 신의 존재를 논증해야 하는 소송에 휘말리는 내용의 '신은 죽지 않았다 2'도 13일 재개봉했다. 앞서 10일부터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의 종교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감독 멜 깁슨)도 화질·음질을 향상시킨 디지털 버전으로 상영 중이다.

'부활절 기념 성경 통독 영화' '교양 있는 관객의 선택' 같은 식의 다소 노골적인 광고 문구가 등장한 것도 올해 부활절 시즌 영화의 특징. 다큐 영화 '제자 옥한흠' 등을 만든 김정철 감독은 "부활절을 계기로 종교 영화를 찾는 잠재 관객을 노린 수입사의 의도와 4월 비수기 틈새시장에 추가 관객을 유치하려는 극장의 셈법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