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맥도널드 진정한 창업자를 묻다

"맥도널드라는 이름을 처음 본 순간이 기억나. 첫눈에 사랑에 빠졌고 반드시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지."

'레이 크록'(마이클 키턴)은 밀크셰이크 제조기를 팔기 위해 미 전역을 돌아다니는 평범한 50대 세일즈맨이다. 1954년 캘리포니아의 햄버거 가게에서 한꺼번에 밀크셰이크 제조기 8대를 주문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란 그는 식당을 찾아간다. 당시에는 손님이 음식을 주문한 뒤에도 30분씩 기다리기 일쑤였고, 툭하면 주문한 메뉴와 다른 음식이 나왔다.

하지만 '맥 맥도널드'(존 캐럴 린치)와 '딕 맥도널드'(닉 오퍼먼) 형제가 운영하는 햄버거 가게는 달랐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음료수 세 가지로 과감하게 메뉴를 축소하고, 햄버거용 패티를 굽는 일부터 포장까지 동선(動線)을 단축해서 대기 시간을 30분에서 30초로 줄였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햄버거 가게의 모델을 만든 것이다.

"여태껏 먹어본 것 가운데 최고의 햄버거"라고 확신한 크록은 맥도널드 가게를 미 전역으로 확산시키기로 결심한다.

20일 개봉하는 '파운더'(Founder·감독 존 리 행콕)는 햄버거 체인 맥도널드의 성공 사례를 다룬 실화(實話) 영화다. 맥도널드 형제는 패스트푸드점의 모델을 만들었지만, 이 가게를 확산시킨 프랜차이즈를 창안한 건 레이 크록. 이 때문에 맥도널드 사례는 경영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주제로 꼽힌다. 맥도널드의 진정한 설립자는 누구일까. 그래서 영화 제목도 '창립자'라는 의미의 '파운더'다.

영화는 초반부터 크록의 입을 통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맥도널드 형제의 꼼꼼한 장인 정신과 크록의 담대한 경영 마인드를 대비한다. 맥도널드 형제는 감자튀김의 적당한 온도와 조리 시간을 결정하느라 시행착오를 거듭하지만, 정작 햄버거 가게를 전국으로 확산시키자는 크록의 사업 아이디어에는 난색을 보인다. 매장이 늘어나면 품질관리(quality control)가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크록은 터를 먼저 사들인 뒤 매장 운영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모험도 주저하지 않는다. 크록은 "맥도널드는 문 닫는 일도 없이 1주일 내내 영업하고 몸과 마음을 모두 살찌운다는 점에서 미국의 새로운 교회"라고 역설하기에 이른다. 이들 사이의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분쟁의 최종 승자가 누구였는지 경영학 역사는 명확하게 일러준다. 크록은 맥도널드 형제에게 270만달러를 지급하고 상표 사용권과 운영 권리를 사들였다. 맥도널드 형제는 기존 식당 운영권은 인정받았지만, 그 가게에서 '맥도널드'라는 간판은 뗄 수밖에 없었다.

반면 크록은 세계 5국과 미국 50주에서 매장 1600곳을 보유하고 연매출 7억달러를 올리는 거대 기업으로 맥도널드를 성장시켰다. 지난해에도 맥도널드는 세계 120국의 3만6000여 지점에서 매일 손님 6800만명을 맞이했다.

영화는 후반으로 향할수록 승자를 대변하는 듯한 일방적 서술 방식 때문에 극적 긴장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20세기를 대표하는 패스트푸드점의 탄생 신화와 이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를 통해 '경영학의 사례 연구'를 하는 듯한 즐거움이 쏠쏠하다.

크록 역할의 마이클 키턴은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에서 주인공을 맡은 이후 최근 '버드맨'과 '스포트라이트'에 이어 이 영화까지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것 같다. 특히 카메라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장문의 독백을 늘어놓는 도입부와 결말의 '수미쌍관(首尾雙關)'식 장면에서 키턴의 연기에 거듭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