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연예가 소식에 제 입담은 양념"

개그맨 정선희(45)가 TV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동안 연예 뉴스와 각종 루머의 주인공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본인도 부담이 컸다. "늘 이런 프로그램 도마 위에만 올라봤지 스스로 이끌어갈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정선희가 금요일 저녁 8시 40분 방송하는 TV조선 '별별톡쇼' 메인 MC를 맡았다. 방송인 붐, 개그맨 김태현과 함께 다양한 연예계 소식을 전한다. 지난주 첫 방송에선 영화감독 홍상수와 배우 김민희 불륜 스캔들에 얽힌 이야기를 다각도로 전해 화제를 모았다. 12일 만난 그는 "파헤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인간적 온기를 조금이라도 얹으려고 해요. 대중의 관심이 맹목적으로 폭주하면 어느 순간부터 방향을 잃고 무작정 달리기만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라고 했다.

그는 9년 전 남편을 잃고 여러 구설에 올랐다. 친근하던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 얼굴 보면 그 사건부터 떠올리는 사람, 악플 다는 사람이 여전히 적지 않다. 하지만 정선희는 쉬지 않고 방송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엔 MBC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지금은 라디오 시대' DJ를 맡았고 SBS 'TV 동물농장', 기독교 방송, 팟캐스트 진행도 하고 있다. 일본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도 번역했고 자존감에 대한 강연도 다니며 바쁘게 산다.

"경제적 어려움만 아니었다면 당장 연예계 생활 그만두고 어디로든 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회복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스스로 괜찮다고 믿었다가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진 시기도 있었다. "대학 때부터 치킨집에서 닭 튀기는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어요. 잠시도 쉴 틈 없이 열심히 부지런하게 살아왔는데 좌절이 닥치니 너무 괴로웠죠."

이제는 다 이겨냈다고 했다. "하루만큼의 행복, 하루만큼의 슬픔에 집중하면서 일상을 쌓아나갔어요. 나를 향한 좋은 시선이든 나쁜 시선이든 무엇과도 무관한 행복을 찾았어요.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많은 것을 깨닫게 된 지금 나 자신이 참 마음에 들어요." 청소년·직장인 등 다양한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도 주로 경험담을 들려준다. 오랜 시간 함께 고통을 겪으면서도 아무 일 없는 듯 평범한 일상을 살아준 가족과 지인들은 큰 힘이 됐다. "우리 엄마는 '어려서부터 워낙 네가 특이해서 지금도 아주 특수한 길을 간다'고, '다시 박수받는 날이 반드시 온다'고 늘 긍정적인 말을 해줬어요. 가족 중에 그런 사람 하나 버티고 있으면 인생이 흔들리지 않아요."

예나 지금이나 탁월한 말솜씨로 유명하다. 비결을 묻자 "어릴 때 집안 형편이 어렵다 보니 내가 읽은 동화책 전체 내용을 거의 외우듯이 설명해드려야 아버지가 새 책을 사주셨다. 풍부한 어휘와 표현력이 거기서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시간 나면 읽으려고 사모은 책이 지금도 책상에 수북이 쌓여 있다고 한다. 나이 들어 동화책 한 권 쓰는 게 그의 소망이자 최종 목표다. 정선희는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아 내 인생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다"며 "분명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