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를 검색해 본다. 오전엔 흐렸다가 차차 맑아짐이다. 이 정도면 거리를 걷기에 좋은 날씨다. 잔잔히 흐르는 포토맥 강을 보며 워싱턴으로 향했다.
적당히 흐린 날씨다. 우선 스미스소니언 뮤지엄 중심가에서 가장 가까운 내셔날 아메리칸 뮤지엄으로 향했다. 내 생각으로는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여러 군데 박물관을 보고 가야지하는 마음인데 딸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워싱턴의 멋진 거리를 걸으며 하늘도 보고 바람과 공기를 느껴보고 싶단다. 순간 고민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여행하는 모습을 SNS에서 본 기억이 난다. 멋있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여행만 가면 빨리 더 많이 보고 와야지 하는 여행 강박감이 생겼나 보다.
딸의 말을 듣고 거리를 천천히 걷는다. 봄이 다가오는 소리라도 들으려는 것처럼. 길 건너편에 빌딩 사이로 특이한 건물이 보인다. 교회인 것 같다. 사진을 찍는다. 지나가는 여행객인 듯 보이는 남자가 사진을 찍어주겠단다. 서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준다.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여행 중에 좋은 길벗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가톨릭교회이다. 성당 주변을 돌아보니 건물이 1790년대에 지어진 PATRICK 성당이며 아주 오래된 건물이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아름답고 위엄있는 성당이다. 우리나라 명동성당과 같은 분위기다. 느린 여행에서 우연히 얻은 두 번째 행운이다.
점심 때가 되자 먹을 곳을 찾기 위해 또 거리를 걷는다. 분위기도 괜찮고, 값도 괜찮은 그런 레스토랑. 소통에 문제가 있으니 주문하는 것이 복잡한 곳은 피하기로 한다. 대부분 문 앞에 메뉴판이 있어서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멋진 레스토랑에 딸과 마주앉아 음식을 먹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음속에서 행복이 솔솔 올라온다. 음식이 맛있어 봤자 이 맛에 비유할 수 없다. 박물관을 다 못 돌았어도 워싱턴DC 멋진 빌딩 숲을 다니며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 것이 더 값지고 행복한 의미 있는 새로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