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혹시 당신 아이 스마트폰에도 속옷 여성이…

서울에 사는 주부 김모(36)씨는 최근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스마트폰에 속옷만 입은 여성의 사진이 10장 넘게 저장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러 색깔의 노출이 심한 속옷을 입은 여성들이 침대나 소파, 마룻바닥에서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신체 특정 부분이 클로즈업되거나 속옷에 검정 망사 스타킹을 신은 모습도 있었다. 김씨가 아들에게 "어떻게 이런 사진들을 가지고 있냐"고 묻자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에 속옷 광고가 있길래 호기심에 봤다가 저장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속옷을 보여주려는 광고인지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화보인지 구분이 안 가더라"며 "요즘은 아이들이 TV보다 스마트폰을 많이 보는데 어린아이들이 이런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천안에 사는 주부 김모(46)씨도 최근 중학교 2학년 아들의 스마트폰을 압수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선정적인 사진을 저장해둔 것을 세 번이나 적발했기 때문이다. 아들은 이 사진들을 친구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김씨는 "성인 잡지나 컴퓨터와 달리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스마트폰에 저장한 사진은 찾아내기 어렵다"며 "요즘 아들을 둔 또래 학부모들은 자녀가 스마트폰으로 뭐를 보고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선정성 높은 게시물과 광고물들이 어린아이들에게까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어 학부모와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하루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통화 시간을 제외하고 평균 2시간 22분이었다. TV 시청시간(1시간 42분)보다 많다. 청소년들이 이제 TV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보는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는 TV와 달리 선정적인 광고처럼 성인물이나 다름없는 게시물에 대한 접근이 사실상 자유롭다. 국내 월평균 4200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의 경우 선정적인 사진을 담은 속옷 광고물이 'AD'라는 작은 문구를 붙인 채 게시물사이에 노출되고 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성인물' '성인전용' 등의 키워드를 검색했더니 야한 속옷만 걸친 여성들이 춤추는 영상 등 낯 뜨거운 게시물이 쏟아져 나왔다. 인스타그램에서도 100만 건이 넘는 성인물에 가까운 게시물을 제한 없이 볼 수 있다. 학부모들은 "영화나 TV 방송의 경우 연령별 관람가·시청가를 매겨 보호자의 지도를 요구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온라인 게시물에 대해서는 보호 장치가 전무하다"고 지적한다.

학교 현장에선 스마트폰이 '아이들 손안의 음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이들 사이에 선정적인 게시물이 빠르게 공유되지만, 스마트폰을 검사할 경우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어 지도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29)씨는 "작년 우연히 5학년 학생들의 학급 단체 카톡방에 들어갔다가 음란한 사진과 성인용 애니메이션 유튜브 링크를 공유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인천의 중학교 교사 박정현(38)씨는 "스마트폰을 빼앗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지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성매매·도박·성기 노출·성행위 묘사 정도가 들어갔을 경우에만 불법·음란 게시물로 보고 제재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정보는 양이 많기 때문에 그 수위에 따라 세부 연령 등급을 나눠 제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방심위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불법·음란 정보 모니터링에 투입하고 있는 인원은 5명이다. 카카오 측은 "특정 신체 부위의 과도한 노출 및 성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광고를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않고 있다"며 "그런 광고가 있다면 바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