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신경 쓰이네… '건강 가전' 돌풍

건조기,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 같은 신개념 건강 가전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황사뿐 아니라 미세 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가 급증하는 것이다. 1980년대 말 마이카 붐을 거치면서 자동차 보급이 확대된 것처럼 건강 가전이 냉장고, 세탁기처럼 필수 가전화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건조기 판매량은 약 15만대로 이미 지난해 1년 전체 판매량을 넘어섰다. 삼성전자·LG전자·코웨이 같은 공기청정기 업체는 쏟아지는 수요를 맞추느라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길거리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 크게 늘어날 정도로 미세 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게 건강 가전 인기 비결"이라며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좋아진 것도 판매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건조기, 작년 6배 수준인 60만대 시장 예상

건강 가전제품 가운데 가장 폭발적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건조기다. 지난해 LG전자와 중견 가전업체 린나이 등이 본격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연간 10만대 수준으로 국내 시장이 커졌고, 올해엔 이보다 6배 많은 6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올 1분기 롯데하이마트에서 건조기 매출액은 작년 1분기보다 11배 급증했다. 유럽과 북미 시장에 집중해온 삼성전자도 지난달 국내 시장에 전기 건조기를 다시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뜻밖의 건조기 돌풍은 미세 먼지와 황사에 대한 우려와 주택 내 실내 공간을 알차게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요즘 나오는 건조기는 과거 기숙사에 배치돼 있던 건조기와는 성능과 에너지 효율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 각종 건조 과정에서 세균을 없애주고 세탁물을 빨지 않고도 먼지를 털어내는 기능도 있다. 또 제습기 원리를 이용한 절전형 전기 건조기는 5㎏ 용량을 한 번 돌릴 때 드는 전기요금이 150원밖에 안 된다. 최두환 롯데하이마트 가전팀장은 "예전 가스식 건조기는 배관 설치가 어렵고 전기식은 전기 요금이 많이 들어 주저하는 소비자가 많았다"며 "요즘 나오는 절전형 전기 건조기는 콘센트만 있으면 어디든 둘 수 있고, 전기요금이 과거 제품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 돼 구매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의류관리기도 인기 급상승

삼성전자·LG전자·코웨이 등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는 공기청정기도 올 1분기 전체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판매 대수가 지난해 100만대 수준에서 올해는 15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문이 밀려들면서 라인을 24시간 주 7일 풀가동하고 있다"며 "3월 생산량은 작년 대비 100% 증가했다"고 말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미세 먼지 우려 탓에 대용량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과거엔 20~40㎡(6~12평형)대 제품 위주였다면 올 들어선 66~99㎡(20~30평형)대의 고성능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출시되는 고급형 제품들은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IoT(사물인터넷) 기능도 탑재돼 있다. 하반기쯤이면 AI(인공지능)가 탑재된 음성 인식 공기청정기도 출시될 전망이다. 이 밖에 2011년 LG전자가 처음 출시한 의류관리기도 올 들어 매월 1만대씩 팔리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건강 가전 시장은 LG전자가 주도하는 것도 특징이다. 삼성에 비해 스마트폰 부문이 약한 LG전자가 회사의 핵심 역량을 가전 부문에 쏟으면서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과)는 "LG전자의 절실함이 새로운 가전 시장을 더 빨리 보고 투자를 단행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