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 건강 돌보러… 3년만에 다시 온 물리치료사

17일 오전 세월호가 거치된 전남 목포 신항만 부둣가에는 시민 대여섯명만 서성거렸다. 전날 3주기 추모 행사에 1만여 명이 몰렸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적막한 모습이었다. 아침부터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철조망에 묶인 노란 리본 수백개가 바람에 나부꼈다.

미수습자(실종자)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47)씨는 '엄마 여기 있어. 이리와, 안아보자!'라고 적힌 현수막을 어루만졌다. 허다윤양 아버지 허흥환(53)씨는 말없이 담배 연기만 내뿜었다.

오전 9시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자원봉사'라는 현수막이 걸린 컨테이너 문이 열리자 미수습자 가족들이 "팀장님 오셨느냐"며 반갑게 맞았다. '팀장님'은 물리치료사 양수영(42)씨다. 경기 시흥시 한 병원에서 물리치료팀장으로 근무하는 양씨는 일주일간 휴가를 내고 지난 13일 이곳에 내려와서 한(恨)으로 뭉친 가족들의 어깨와 허리 등을 물리치료로 풀어주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물리치료사 김승재(43)씨와 휴직 중인 물리치료사 조아라(여·24)씨도 동참했다.

양수영·김승재씨는 3년 전 세월호 참사 때도 4월 19일부터 내리 7개월을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해상 바지선을 오가며 봉사했다. 당시에는 물리치료사협회 소속 봉사자 1000여 명이 동참해 유가족과 잠수사들의 뭉친 몸을 풀어줬다. 그때부터 알고 지냈던 미수습자 가족들의 얼굴이 눈에 밟혀 다시 자원봉사를 청한 것이다. 3년 전 물리치료 봉사를 처음 할 때는 "내 자식이 배 안에 있는데 내가 아픈 게 대수냐"며 거부하는 유족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양씨가 꾸준히 가족들의 건강을 챙기자 가족들도 점점 마음을 열었다.

지난 13일 양씨가 목포 신항으로 내려오자 미수습자 가족들은 휴식 공간으로 쓰던 컨테이너를 선뜻 내줬다. 16㎡(약 5평) 남짓한 이 컨테이너는 가족들이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미처 못했던 '속 얘기'를 털어놓고 마음을 달래는 힐링 공간이 됐다. '세월호를 보러 온 사람들이 사진만 마구 찍어가는 게 너무 속상해요'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다음 날엔 마음이 허하고 응어리가 져요' 같은 얘기들이다.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47)씨는 "사람들이 많을 때나 없을 때나 꾸준히 가족들 곁을 지키면서 건강을 살펴준 참 고마운 분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