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고부가 상품'으로… 對중국 수출 오히려 늘렸다

지난 14일 오후 울산광역시에 있는 에쓰오일 온산공장 부지. 바로 인근 2700㎡ 땅에선 잔사유(殘渣油) 고도화 시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높이 110m에 달하는 'ㄷ'자 모양 철골 구조물은 어느 정도 뼈대를 갖췄고, 양쪽엔 거대한 크레인이 쉴 새 없이 철근을 옮기거나 부속 구조물을 세우고 있었다. 이 현장에만 2300t급 크레인을 비롯, 크레인 20여 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서 3㎞ 떨어진 25만㎡ 부지에선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잔사유 고도화 시설(RUC·Residue Upgrading Complex)은 탈황 처리한 원유 찌꺼기를 휘발유와 프로필렌 등으로 분리해 고부가 가치 상품을 다시 만드는 곳이고,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ODC·Olefin Downstream Complex)은 프로필렌을 원료로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을 생산한다. 폴리프로필렌은 자동차나 가전제품, 생활용품 내·외장재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제품 원료이며, 산화프로필렌은 자동차 내장재와 냉장고 단열재 등에 이용하는 폴리우레탄 제품 원료다.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공장 부근에 지난해 5월부터 4조8000억원을 투입, 거대한 새 공장을 짓고 있다. 국내 플랜트 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공사에 들어가는 철근만 10만t에 달한다. 배관과 전선 길이가 각각 1800㎞, 3800㎞나 될 정도다. 현재 공정 진행률은 48%로 내년 4월 완공이 목표다. 김대문 프로젝트관리팀 부장은 "하루에 투입되는 인원은 최대 1만명으로 연인원 250만명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에도 중국 수출 25% 증가

작년 에쓰오일 영업이익은 1조6169억원. 1976년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이다. 올 1~2월 석유·유화 제품 대중(對中) 수출량은 229만배럴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8% 늘었다. 중국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를 뚫고 이뤄낸 실적이다. 이처럼 중국 수출이 호조를 보인 데는 중국 내에서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와 페트병 원료로 쓰이는 파라자일렌(PX) 등 고부가 가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내 파라자일렌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자 에쓰오일 등 한국에서 파라자일렌을 수입해 합성섬유를 만들어야 했다. 에쓰오일 담당자는 "파라자일렌 같은 고부가 가치 제품은 설비를 구축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들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요가 급등하면 공급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이미 2011년 파라자일렌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생산 설비를 추가로 만들었고, 연 생산량을 기존의 배 이상인 180만t으로 늘렸다.

여기서 생산한 파라자일렌의 94%는 수출한다. 파라자일렌은 전체 에쓰오일 대중 수출 물량 중 절반을 차지한다.

◇폴리프로필렌 등 수요 연간 6% 증가

에쓰오일은 파라자일렌으로 사드 보복을 피한 것처럼, 이번 신 공장 프로젝트를 통해 고부가 가치 제품인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을 생산, 최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어려워진 수출 환경을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 시장 모두 연간 6%대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폴리프로필렌은 중국·인도 등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은 각각 연간 40만5000t과 30만t, 프로필렌 생산량은 기존 연간 21만t에서 94만5000t으로 늘릴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고도화 시설을 늘려 휘발유나 프로필렌 등 고부가 가치 제품 생산량을 늘리고, 부가 가치가 높은 석유화학 제품을 다각화해 수익원을 다양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잔사유(殘渣油)

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휘발유·경유 등을 제외한 벙커C유 등 값싼 중질유를 가리킨다. 전체의 40%가량을 차지하며, 잔사유가 고도화 설비를 거치면 고부가가치 유화 제품으로 재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