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까지 하며… 한남대교 광고탑 사수작전

18일 오후 2시 서울 한남대교 남단. 강북으로 가는 시작 지점인 해태상 옆에 승용차 한 대가 주차해 있었다. 차가 서 있는 곳은 도로변에 흰색 빗금이 표시된 안전지대로 주차 금지 구역이다. 전날에는 승용차 2대가 하루 종일 이곳에 주차했다. 본지 취재 결과 이 장소엔 매일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차량 한두 대가 고정적으로 서 있었다.

승용차 안에는 한 광고 업체가 고용한 용역 업체 직원들이 타고 있었다. 이 광고 업체는 한남대교 남단 해태상 바로 옆에 있는 23m 높이의 대형 옥외 광고탑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 광고탑엔 현대차의 '제네시스 G80' 차량 광고가 걸려 있다. 광고 업체 관계자는 "혹시 광고탑에 올라가서 고공 농성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대여섯 명을 2인 1조로 편성해 교대로 광고탑을 지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업계에 따르면 광고탑이 고공 농성장으로 이용될 경우 관리 업체는 큰 손실을 입는다. 감전이나 추락 등 안전을 이유로 광고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엔 기아차 하도급 업체 노동자 2명이 서울시청 앞 옛 국가인권위 건물 옥상 전광판을 점거하고 300일 넘게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해당 광고판 관리 업체가 경영난을 겪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회사 매출의 10%가 옛 인권위 건물 광고판에서 나왔는데, 광고가 1년 가까이 중단되는 바람에 직원들 월급이 두 달치 밀렸다"고 말했다. 결국 고공 농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용역 업체를 고용해 광고탑을 지킨다는 것이다.

문제는 용역 업체가 차를 세운 곳이 주·정차가 금지된 도로 안전지대라는 점이다. 도로 안전지대는 비상시를 대비해 항상 비워둬야 한다. 불법 주·정차 적발 시엔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단속반은 손을 놓고 있다. 단속 권한이 있는 서울 강남구청과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매일 주차하는 차량이 있는지 몰랐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을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