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전산실' IT 서비스 업체, AI 덕에 제2의 도약기

삼성SDS·LG CNS·SK㈜ C&C 등 대기업 계열 IT(정보기술) 서비스 업체들이 변신하고 있다. 이들은 계열사 사업 규모를 대폭 줄이고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 관리, 의료 서비스, 챗봇(채팅 로봇·chatbot) 같은 신사업으로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기업들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 기업들이 수많은 데이터를 다뤄본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덕에 땅 짚고 헤엄치는 회사' '계열사 전산실을 모아둔 회사'라는 오랜 비판을 극복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SK C&C, 반도체 공장에 검색 서비스

SK㈜ C&C는 지난해 11월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에 문서 검색 시스템을 시범 구축했다.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반도체 공정 노하우와 혁신 사례를 현장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SK㈜ C&C 관계자는 18일 "AI 덕분에 지난 수십년간 작업을 하면서 쌓은 데이터를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게 됐다"면서 "작업 중 발생하는 문제를 작업자가 곧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작업자가 '수율 향상'이란 키워드를 넣으면 장비·공정에 따라 선배들이 축적해놓은 문서들을 곧바로 찾아볼 수 있다. SK㈜ C&C는 이달 들어선 대전 건양대병원과 IBM의 AI 왓슨을 기반으로 한 암 진료 서비스도 시작했다. 의학 저널 300여종과 각종 문헌, 임상 사례 등을 종합해 환자를 진단하는 서비스다. SK㈜ C&C는 병원 예약 등을 돕는 AI 서비스도 곧 내놓을 계획이다.

LG CNS는 2015년 11월 국내 최초로 GS홈쇼핑과 함께 챗봇 기반 쇼핑 서비스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챗봇은 인공지능이 마치 상담원처럼 고객의 질문에 답하는 메신저 서비스. LG CNS 관계자는 "홈쇼핑, 화장품 업계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며 "과거 소비재 업체를 중심으로 CRM(고객 관계 관리) 등 시스템을 구축했던 경험과 IT 서비스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회사의 주력 사업도 달라지고 있다. IT 서비스 업계 1위인 삼성SDS는 지난해 물류 시스템 사업 매출이 전체의 42% 수준인 3조4384억원에 달했다. 물류 시스템 사업 초기인 2012년과 비교하면 5배 수준이다. 이 사업은 IT를 기반으로 고객의 물류 업무 전체를 관리·운영해주는 사업이다. 삼성SDS는 진출 국가를 현재 29국에서 올해 말까지 42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ICT는 스마트 시티, 스마트 빌딩,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동화 공장) 등의 신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올해 이 분야 수주액이 전체의 3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엔 전 세계 철강 업계 최초로 전남 광양제철소에 스마트 팩토리도 구축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인공' 노려

국내 IT 서비스 업체들은 2010년대 들어 계열사 물량 감소, 정부의 공공사업 참여 제한 등의 악재가 겹치며 위기를 맞았다.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마땅한 돌파구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라는 원석을 오랜 기간 가공해온 경험이 환골탈태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B2B(기업 간 거래)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경험이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IT 서비스 업체들은 4차 산업혁명에서 주요 기술로 꼽히는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이미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세계시장에서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