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거나 나쁘거나] "이처럼 유쾌할 수 있나" "긴장감도 신선함도 없네"

올해 '5월 연휴'는 징검다리 휴일 덕분에 열흘 안팎도 가능하다. 영화계에서도 이 기간 1000만 관객이 극장을 찾는 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과 추석, 한여름과 연말의 '4대 성수기'에 이어서 또 하나의 성수기가 추가된 셈이다. 5월 연휴의 화제작은 국내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과 '특별시민', 외국 영화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2'다. 관객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두 영화 기자가 5월 기대작을 놓고 입씨름을 벌인다.

조선 '예종'(이선균) 당시 저잣거리를 걸어가던 백성의 머리에 불이 붙고, 어부들은 대형 괴어(怪魚)를 발견하는 흉흉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시체 검안까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예종은 비상한 기억력을 지닌 신입 사관(史官) '윤이서'(안재홍)와 함께 사건 해결에 나선다.

26일 개봉하는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은 허윤미의 동명(同名)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조선 예종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명기하고 있지만, 엄밀한 역사적 전거(典據)는 잊는 편이 좋다. 굳이 분류하자면, '퓨전 사극'이나 '판타지'니까. 심지어 영화에서 언급되는 장영실의 책 '혼천실의'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초반부에 손으로 들고 찍는 '핸드헬드 카메라(handheld camera)'와 사선(斜線) 구도를 강조한다. 대개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할 때 사용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정통 사극의 권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 장치로 보인다.

사극이라는 포장을 벗기고 나면, 코믹 탐정극이라는 알맹이가 드러난다. 이 영화에서 예종은 곤룡포를 두른 '셜록 홈스'요, 사관은 관복을 입은 '왓슨 박사'다. 김명민·오달수 주연의 '조선명탐정' 시리즈처럼 사극과 코미디, 탐정극이라는 이질적 장르가 혼합되어 있는 점이야말로 이런 영화의 매력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봉 역으로 사랑받았던 안재홍은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양념으로 듬뿍듬뿍 뿌려준다. 모험 활극과 정치적 음모극까지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많은 장르가 겹치면서 공든 탑이 무너질 듯한 위기 상황이 연출되지만, 이처럼 유쾌하게 웃어본 오락물도 오랜만인 듯하다. /김성현 기자

호의적으로 평가한다면 성(性) 관련 농담을 뺀 조선시대판 '덤 앤 더머'라 할 수 있겠다. 평소 대화는 '덤 앤 더머'급인 왕과 신입 사관 콤비가 온갖 사건을 해결하며 역모를 꾸미는 권신(權臣)들에게 맞선다. 살짝 '허풍끼' 있는 왕은 의술·화학·무술 만능에 인간적 매력과 아량까지 갖췄다. 몸 던져 왕을 지키는 신입 사관은 시간을 거꾸로 돌리듯 기억을 재생해 단서를 찾아낸다. 기억 재생 때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 인상을 쓰는데, 엑스맨 시리즈에서 정신 감응 능력을 가진 '프로페서 X'의 패러디일 테니 그게 웃음 포인트일지도 모르겠다.

'셜록'이 빛나는 건 대등한 천재 악당 '모리아티'가 있어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악인(惡人)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못되기만 했다. 게다가 허술하기까지 해 두렵지도 않다. 특히 아쉬운 건 '대장 악당'인 '병조참판'(남건희). 조선 최고 무장인 그가 암살자로 부리는 여진족과 무슨 관계인지, 무엇보다 왜 역모에 가담했는지를 영화가 끝나도 알 수 없다.

시작하면 끝이 보이는 이야기 구조. 5월 초 황금연휴에 가족 관객이 부담없이 즐기게 하려는 배려겠지만 홍보 문구처럼 '수사 활극'다운 긴장감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비슷한 성격의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에서 보이던 나름의 신선한 아이디어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웃자고 만든 영화에 짐짓 진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코미디는 취향 심하게 타는 장르고, 이야기와 캐릭터의 탄탄함이 그 성패를 가른다. 잘된 영화와 TV 시리즈에서 동서양의 고급 식재료를 끌어왔지만, 그 결과는 조미료 맛 듬뿍 나는 짜장라면에 가까운 듯하다. /이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