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와무라(戶沢村) 모가미가와(最上川) 주패(舟唄) 뱃놀이
야마가타현 내 서쪽 5개 시정촌(市町村), 즉 쯔루오카시(鶴岡市)와 쇼나이조(圧內町), 니시가와조(西川町), 오쿠라무라(大藏村), 도자와무라(戶沢村)의 5개 자치단체지역을 집중 답사중인데 지난번 쯔루오카시(鶴岡市)의 데와산잔(出羽三山)과 오쿠라무라(大藏村)의 히지오리(肘折) 온천 지역에 이어서 도자와무라(戶沢村)를 흐르는 모가미가와(最上川) 강(江) 뱃놀이를 소개한다.
모가미가와 강은 도자와무라 북쪽을 동에서 서로 흐르는 길이 229Km, 깊이 3~4m의 평균 수심을 가진 강이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교토나 오사카까지 곡물을 싣고 가서 생선이나 질 좋은 비석, 돌 등을 싣고 오는 강상무역의 젖줄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번화가인 교토나 오사카 여인들의 입술연지를 만들기 위한 꽃들을 따 갔다는 사실이다.
80년 전만해도 80~100척의 돛단배들이 무역선으로 왕래하는 곳이었다. 지금은 육로나 철도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이곳 모가미가와는 야마가타현 현립(県立) 자연공원(自然公園)으로 지정되어 뱃놀이를 즐기는 곳이 되었다. 일본 3대 급류로 손꼽히는 곳이며 세계 3대 주패(舟唄 : 배를 타고 가며 노래를 부르는 놀이)로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안내인이 지형 해설과 더불어 한·중·일 3개 국어(영어 등 5개 국어 가능하다 함)로 이곳 노래를 불러주었다.
고려관(高麗館)
하류에 내려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 고려관(高麗館)을 지난다. 알고 보니 이곳 야마가타현으로 시집온 한국 여인들이 제법 많았는데 그들이 모여서 이런 곳을 만들어 휴게소 겸 김치 등 한국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하는 곳이다. 일본에서 만난 한국식 건물이 눈길을 끌지만, 일정에 들어있지 않아서 그냥 통과하였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지금 우리나라 농촌 총각들이 장가를 못 가서 동남아 여인들과 결혼하듯이 오래전 이곳 일본 남자들이 결혼을 못해서 한국 여인들을 아내로 맞았다. 일본행 비행기로 도착한 그들이 차량으로 시골 길을 굽이굽이 들어와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외지고 험한 오지(奧地) 야마가타현의 작은 고을까지 왔다는 것에 조금 가슴이 아팠다.
니시가와조(西川町) 맛집 다마키(玉貴) 식당
니시가와조(西川町)에서는 이 고장에서 유명한 산나물, 은어, 죽순 등을 이용한 일식당을 들렸다. 시내에 있는 큰 식당이기는 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아온 대규모 식당인지 내부에서 길을 잃을 지경이다. 우리가 도착하니 일본 전통 기모노를 입은 사장과 지배인이 마중 나와 깍듯하게 인사하며 안내하였고 마침 '히나마쓰리' 기간과 겹쳐 화려한 인형들을 전시해놓은 볼거리가 많았다.
히나마쓰리(ひなまつり)
히나마쓰리는 일본의 여자 어린이를 위하는 날이다. 원래 음력 3월 3일이었으나 지금은 양력으로 치르는데 여자 어린아이의 성장을 축하하고 기원하는 전통적인 전국적인 일본의 축제이다. 갖가지 히나인형을 만들어 붉은 천을 깔고 단을 만들어 전시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여아(女兒) 취향의 장식을 더하여 매우 화려하고 복잡하며 실제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다마키 식당도 입구 현관에 거대한 실제 사람 크기의 인형과 각종 장식은 물론 한 곳은 실내 전체가 히나 인형들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그중에는 300년 전 것도 있어 가격을 따질 수가 없다고 한다. 여자아이가 있는 가정은 작은 차림을 준비하지만 부유한 집이거나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되는 회사나 식당은 대규모의 히나 장식을 3~4월 두 달간 유지하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유키하타고(雪旅籠) 등불
눈(雪)이 많은 지방이다 보니 눈을 이용한 관광자원을 개발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중 눈에 뜨이는 것이 유키하타고(雪旅籠) 등불인데 오래 전 역참마을이던 곳을 눈으로 재현하여 갖가지 조각과 건물을 만들었으며, 곳곳을 파내고 밤이면 촛불을 밝혀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눈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면 술을 파는 아이스바도 있고 여러 가지 조각과 설치미술 차원의 작품을 구성하여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공터 한쪽에는 먹거리 장터를 개설하여 추운 날씨에도 찾아 준 관광객들이 뜨끈한 우동이나 간식들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었는데 주류(酒類)는 팔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술에 취해 다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일본여행하면 우리는 먼저 도쿄나 교토, 오사카 등을 떠올린다. 물론 온천하면 규슈라거나 눈(雪) 축제 하면 홋카이도를 생각하기도 하지만 일본의 중앙 혼슈에 있으면서도 험난한 산악지형과 홋카이도보다 더 많은 눈이 내린다는 야마가타현은 낯선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찾아오는 관광객도 적은 그 야마가타 현 5개 시정촌(市町村)이 연합하여 자신들을 알리려고 하는 노력은 참으로 눈물겨운 열정이며 돌아보는 내내 우리도 이런 자세로 자신을 알려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겨울에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산에 올라갈 수도 없고 스키도 탈 수 없다는 그곳은 4월이 된 지금에서야 스키장이 개장한다니 아마도 많은 스키어가 찾아왔을 것이다. 그리하여 반팔을 입고 스키를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새봄을 맞아 잎이 나고 꽃이 피는 신록의 계절에 그 시골구석에 자리 잡은 히지오리 온천에도 방문객들이 넘쳐날지도 모르고 데와산잔(出羽三山)의 오층탑을 찾아보거나 수도하는 사람들을 따라가는 참배길을 찾아온 많은 사람들이 미슐랭 그린가이드 별 3개를 획득한 삼나무길을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되돌아보니 어느새 추억이다. 어느새 지나간 장면들이다. 다시 찾아가고 싶은 야마가타현(山形県)이다.
자료제공·문화유산 답사회(http://band.us/n/afa7U2fb35N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