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성찰보다 행동 꿈꾼 시인"

윤동주(1917~1945·사진) 시인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새롭게 해석된다.

대산문화재단은 오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심포지엄 '시대의 폭력과 문학의 길'을 연다. 윤동주뿐 아니라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인 박병순, 이기형, 조향, 최석두, 소설가 손소희를 함께 되돌아보는 자리다. 오후 섹션은 오로지 윤동주 재조명으로 진행된다.

문학평론가 정과리(연세대)·유성호(한양대)·김응교(숙명여대) 교수가 한결같이 윤동주의 시학(詩學)을 새롭게 해석한 입장을 발표한다. 윤동주는 지금껏 '죄의식과 뉘우침의 시인'으로 이해되어 왔다.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는 시구가 애송됐다. 또한 윤동주는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는 시를 주로 썼기 때문에 '내면 성찰의 시인'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정과리 교수는 "윤동주의 시적 특성을 오로지 내성적 성찰에 묶어둘 수는 없다"며 "그의 시가 단순히 죄의식과 뉘우침의 문제에만 머물러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동주는 시를 쓸 때마다 주변에 먼저 읽혀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구했다는 것. 정 교수는 "윤동주는 시를 대화의 자리에 옮겨놓으려고 부단히 애썼다"며 "그의 내면은 언제나 바깥으로 표출되기 위해 몸부림쳤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는 시 '돌아와 보는 밤'에서 나타나듯이, '능금처럼 익은 사상'을 세상에 내놓으려 했다는 것이다.

김응교 교수는 지난 3월 독자 10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윤동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29%가 '별'을 꼽았다"고 밝힌다. '윤동주=부끄러움'이란 응답은 23%로 2위에 머물렀다는 것. 윤동주 이해도 교과서와는 달랐다. '저항시인'이나 '민족시인'이라고 한 응답은 16%에 그쳤다. 그러나 51.7%가 '자기 성찰하고 실천을 꿈꾸었던 시인'이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실천'을 주목한 독자 반응에 놀랐다.

유성호 교수는 윤동주의 시를 문학사에서 따로 떼어 해독하는 풍토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윤동주는 정지용, 김광섭, 이상, 백석의 영향을 많이 입었다"고 했다. 그러나 윤동주의 시는 '창의적 변형'이기에 표절은 아니라는 것. 윤동주는 명성에 비해 문학사적으로 후배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후배 시인들에게는 윤리적이고 미학적인 진정성 때문에 모방할 수 없는 아이콘으로 남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