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령왕 부부 목관, 처음 나란히 전시

전시장 한복판에 무령왕과 왕비의 목관(木棺)이 나란히 놓였다. 무덤 방으로 들어가는 널길에는 지석(誌石·죽은 이의 인적 사항 등을 기록해 묻은 돌판)과 동전 한 꾸러미,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인 진묘수(鎭墓獸·국보 162호)까지 발굴 당시 모습대로 놓여 있어 실제 무령왕릉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 부부가 누워 있던 목관 두 점이 1971년 무령왕릉 발굴 이후 처음으로 복원됐다. 국립공주박물관(관장 김규동)은 기존 무령왕릉실을 웅진백제실로 새롭게 단장하면서 뚜껑까지 복원한 왕과 왕비의 목관을 나란히 전시했다. 이용진 학예연구사는 "그동안은 발굴 당시에 나온 측판 일부만 전시했으나, 수년간의 보존 처리 끝에 모든 판재와 부속구를 붙여 원래 상태로 복원했다"며 "남아 있는 판재의 위치를 찾아내 회색 나무틀 몸체 위에 붙이는 방식으로 복원에 성공했다"고 했다.

왕과 왕비의 목관은 뚜껑판의 개수, 못과 고리의 재질과 형태 등에서 차이가 났다. 무령왕의 목관은 뚜껑이 5개의 판재로 이뤄지고 관을 고정한 못머리도 금으로 입혔다. 하지만 왕비의 목관은 뚜껑이 3개의 판재로만 이어져 있었고 못머리도 금이 아닌 은을 입혔다. 측판 끝부분의 마구리 장식도 왕의 목관은 은으로 마감했지만 왕비의 목관에는 이런 장식이 아예 없어 격식에 차등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목관을 만든 결구 방법과 순서, 구조 등을 영상물로 만들어 이해도를 높였다.

25일 문을 여는 새 전시실은 웅진백제기(475~538)를 중심으로 한성백제 후기부터 사비백제 초기까지 백제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꾸몄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대부분의 유물을 포함해 360건 980여점을 선보인다.

국보 제164호인 왕비의 베개와 발 받침도 새롭게 보존 처리해서 내놨다. 일부 떨어져 나갔던 채색 안료를 보강하고 각종 문양의 구획선을 이루는 금박의 위치를 복원해 더욱 생생한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왕비의 금동신발은 원형 3분의 1 정도가 떨어져 나간 상태였으나 무령왕릉 무덤방 안에서 나온 파편을 새로 찾아내 복원했다. 베개와 발 받침 등에 그려진 각종 도상은 전시장에 있는 디지털 돋보기로 확대해 관찰할 수 있다. 배영일 학예연구실장은 "무령왕릉 내부 바닥과 똑같은 크기의 진열장을 설치하고 능의 널길에 놓였던 진묘수와 제사용 그릇까지 실제 출토 위치를 반영해 배치했다"며 "무령왕릉의 위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